삶의 아름다운 마침표
삶의 아름다운 마침표
  • 한기연 시인
  • 승인 2023.07.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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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한기연 시인
한기연 시인

 

보기만 해도 미소가 번지는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엄마 품에 안겨 평온한 잠을 자는 신생아다. 한국어 수업을 받던 베트남 학생이 둘째 아이 출산을 하면서 종강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소식을 전한다. 수술 하루 전까지 수업을 들을 정도로 열정적인 학생이다. 충북에서 지원하는 출산장려금과 타 시도의 출산 지원정책에 대해 서로 관심을 보이며 건강한 출산을 기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올해 1분기 0.81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0.87명보다도 적은 것으로 역대 최저치라고 한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약 940만여 명으로 총 인구수 대비 18.19%를 차지한다. 이 같은 속도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어린이 유치원의 충원율은 점점 낮아지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친정엄마를 `노인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주간 보호센터에 등록했다. 관내 시설 중에서 한 곳을 함께 방문해서 보기로 했다. 무표정하게 둘러 보신 엄마는 아이처럼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셨다. 인지 기능이 점점 나빠지고 있음이 눈에 띄게 보였다. 낮에 홀로 계시는 엄마를 더 이상 보고 둘 수 없기에 어르고 달래서 다니셨다. 다시 유치원 학부모로 돌아간 듯 엄마의 보호자가 됐다. 처음 걱정과는 달리 잘 적응하셨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SNS에 초대되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본다. 아이들 키울 때 제대로 보지 못한 활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부모 눈에 자식만 보이는 것처럼 엄마의 뒷모습도 금방 알아채며,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는 활동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치과 치료도 병행했다. 치과에 가서도 치료를 거부하셔서 진료가 중단되기도 하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 딸의 말만 고분고분 들으셨다. 오롯이 혼자서 감내하는 보호자 역할이 힘에 부쳤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신뢰'와 `성실'을 신념으로 두고 살았는데 금이 갔다.

몸과 마음이 아픈 70대 후반의 엄마를 곁에서 모시면서 한 가지 확고한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의 아픔을 내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차에 학술대회에서 관련 주제로 강의를 듣게 됐다. 만일 내게 사고가 발생해서 의료상의 치료가 필요할 경우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를 거부한다는 서명을 하고 싶었다. 정확한 명칭도 몰랐었는데 강의를 통해 알게 됐고 실행으로 옮겨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다. 이는 19세 이상이 자신의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기 결정하는 것으로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건강할 때 미리미리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보고 향후 자신이 의학적으로 임종이 예측되는 상황일 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생명만을 연장하는 시술을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 또는 호스피스 이용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뜻을 미리 밝혀 둘 수 있는 문서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이러한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관한 자신의 뜻을 밝혀둘 수 있고, 그 뜻이 존중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강의를 들은 후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방법이 나왔다. 몸과 마음이 아픈 엄마를 보면서 자꾸만 자식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자신이 세상에 나옴을 알리는 우렁찬 태아의 울음과 죽음을 준비하는 울음이 모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시작할 때는 내 의지와 상관없었으나 끝맺음은 내 뜻대로 매듭짓고 싶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갓 태어난 아기의 미소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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