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의 추억
카세트테이프의 추억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3.07.0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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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슈베르트는 4+4, 총 8곡의 즉흥곡을 작곡했다. 4+4로 표현한 이유는 각각 4개씩 다른 시기에 작곡을 하였기 때문이다. 작품 번호를 보면 첫 번째 4개의 즉흥곡은 D.899 Op.90, 두 번째 4개의 즉흥곡은 D.935 Op.142이다. 오늘은 슈베르트의 8개의 즉흥곡에 관한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올해로 20년 넘게 활동 중인 초등음악교과연구회에서 상반기 워크숍으로 진행된 피아니스트 임동민 리사이틀 관람이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다. 임동민은 2005년 폴란드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3위(동생 임동혁과 2위 없는 공동 3위)에 오르며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다. 대공연장 무대에 피아노가 한 대 놓여있었고 천정의 에어컨 소리만이 귀에 들릴 정도로 정숙한 가운데 1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번, 3번…. 그제야 오늘 연주회 타이틀을 다시 본다. `슈베르트의 8개의 즉흥곡.'

어린 시절,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게 결정적인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생전 처음으로 `카세트테이프'를 얻은 것이다. 당시 누나가 어학 공부를 하던 아주 작은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소스가 없어 음악을 전혀 들을 수 없던 중 음악 감상회에 가서 퀴즈를 맞추고 받은`헨델의 메시아 발췌곡'이 내 인생의 첫 카세트테이프였다. 그때부터 매일 그 테이프를 듣고 또 들었다. 다른 곡도 듣고 싶어 용돈을 모아 하나둘씩 샀고 종이 케이스로 되어 있던 테이프를 비닐로 포장해 쓸 정도로 아끼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다.

임동민의 리사이틀이 이어지면서 내 어린 시절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비록 아주 작은 스피커에서 나왔던 소리지만 그 소리에 마음의 울림이 있었고, 음악의 아름다움에 빠져 슈베르트를 좋아하게 되었던 기억. 그때의 감동이 너무 컸던 탓일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정말 좋았지만 듣는 내내 머릿속에서 어릴 적 감동이 떠나질 않는다.

음악 듣기를 좋아해 자연스레 오디오를 좋아하게 되었다. 요즘도 카페에 가면 스피커부터 찾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한 벽면을 가득 채운 LP가 있는 카페에 가면 저 수 많은 LP 속엔 주인의 추억이 얼마나 많이 담겨 있을지 생각하며 주인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나의 카세트테이프에도 학창 시절의 수많은 추억이 담겨 있다. 나의 첫 카세트테이프였던 메시아 발췌곡부터 슈베르트의 즉흥곡까지 한 50여개는 되는 듯하다. 모두 비닐로 덮개를 만들었고 구입한 날짜를 속 내지에 적고 간직했었다. 요즘 세대 아이들은 카세트테이프는 아예 모를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음악 소스의 포맷도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CD도 점점 사라져 가고 한 때 인터넷 검색창에 부동의 1위였던 MP3 대신 스트리밍과 OTT 서비스가 현재를 주도하고 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아날로그를 겪어온 세대인 나로선 스트리밍의 편리함은 있지만 내 것이라는 소중함은 없는 것 같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라 말한다. 연주든 감상이든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없이 흘려보낸 그 순간들일지라도 그것을 담고 있는 LP나 카세트테이프엔 자신이 뿜어낸 음악으로 감동했을 듣는 이의 감성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카세트테이프를 몇 해 전 이사하면서 버렸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을 들으면서 옛 감동을 소환한 것보다 더 강렬히 내 머릿속을 지배한 것은 `후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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