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렌코 行訴 패소 되레 다행?...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청주시
클렌코 行訴 패소 되레 다행?...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청주시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7.04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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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렌코, 광역소각장 잉여 쓰레기 절반 처리 … 폐쇄 땐 대란
무대책 속 초강경 영업허가 취소 대응 … 행정 신뢰성 흔들

 

속보=폐기물처리업체 ㈜클렌코(옛 진주산업)와 벌인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청주시(본보 3일자 3면, 4일자 1면 보도) 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클렌코가 영업허가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그동안 대책없던 `생활쓰레기 대란'은 일단 피하게 됐다.

하지만 민간 소각장 신·증설 억제 방침 속에 `허가취소' 카드까지 꺼내며 초강경 대응해 온 시로서는 법원 판결 앞에 관련 행정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시에서 운영하는 휴암동 광역소각시설 1·2호기는 현재 포화생태다. 각 하루 190톤씩 적정 처리용량으로 가동하고 있으나 청주지역에서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를 모두 소화하지 못한다.

여기서 처리 못한 잉여 쓰레기는 매년 3만톤 이상으로 2021년 3만4000톤, 지난해는 3만2000톤에 달했다. 시는 광역소각장에서 처리 못한 쓰레기를 매년 70억원 넘게 예산을 들여 지역 민간 소각시설 3곳에 맡겨 해결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시간당 4.5톤·3톤 규모의 소각로 2기를 가동하는 클렌코에서 맡고 나머지는 2곳에서 나눠 처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클렌코가 소각로 용량을 고의로 속여 영업허가를 받았다고 판단, 폐기물관리법(제27조 1항 1호)을 근거로 2019년 8월30일 허가 취소했다.

생활쓰레기 처리문제는 뒤로하고 클렌코 허가 취소라는 강경책을 택한 것이다.

클렌코는 이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같은 해 9월2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특별2부는 최근 클렌코가 시를 상대로 낸 폐기물중간처분업 허가취소 처분 및 폐기물 처리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클렌코가 최종 승소했다.

만약 클렌코가 이 소송에서 패소해 문을 닫기라도 했다면 청주시로서는 당장 생활쓰레기를 처리할 대책이 없는 난감한 상황을 맞게 돼 있었다.

청주에는 민간 소각시설 10곳이 있기는 하나 지역에서 배출한 생활쓰레기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은 얼마 안 된다.

소규모 정도는 할 수 있으나 클렌코처럼 매년 1만7000톤 정도를 한꺼번에 고정적으로 처리해 줄 시설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청주를 벗어나 인근 다른 지역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업체마다 기존 처리하는 고정 물량이 있어 청주시의 생활쓰레기를 끼워 넣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가까스로 업체를 확보한다고 해도 운반비가 크게 올라 현재 처리 단가보다 예산이 더 들어갈 수 있다.

결국 한편에선 클렌코의 허가를 취소시켜야야 하고 다른 한편에선 `쓰레기처리 무대책'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것이 청주시의 입장이었다.

클렌코와의 소송에서 패소한걸 되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곤궁한 처지가 된 것이다.

앞서 시는 클렌코의 허가 취소에 대비해 인근 지역 소각장을 물색했으나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 처리 문제만 놓고 봤을 땐 클렌코 승소가 다행이지만, 청주시 행정 처분력으로 봤을 땐 신뢰성과 전문성에 금이 간 결과라는 평가다.



/이형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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