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날 유감
노인의 날 유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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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청원군 노인복지회관 관장·신부>

지난 2일은 경로효친 사상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노인의 날' 이었다. 노인의 날을 전후해 노인관련 기관에서는 노인을 위한 위안 행사를 펼치고 있다. 필자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청원군 노인복지회관에서도 오는 11일 가을운동회를 준비하고 있다.

혹자는 노인들이 무슨 운동회를 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있듯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어르신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옛날 동네 축제였던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운동회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추억의 가을운동회보다 더 열정적인 어르신들의 운동회를 여러 번 경험한 바가 있다. 노인문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한 편견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노인복지 실천현장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실 경로효친의 국가라는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날을 정해 기념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회가 평소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라면 굳이 노인의 날을 제정해 어른을 공경하지고 외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문득 오래 전 유행했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시내버스를 타면 경로석 내지 노약자석이라고 써 있는 자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경로석은 "경우에 따라 노인이 앉는 자리'라는 의미로 읽혀지게 되고, 노약자석은 "노련하고 약삭빠른 사람이 앉는 자리'로 읽혀지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런 세상인지라 노인의 날을 제정해 노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노인 공경은 노인의 날로 대표되는 어느 한 날, 어느 한 시기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분명한 것은 시간을 불문하고 노인은 공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매일 매일이 어린이날처럼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고, 어버이날처럼 나의 존재 근원인 부모에게 효도를 다해야 하며, 노인의 날처럼 어르신을 공경해야 한다. 노인은 젊은이의 뿌리요, 이 시대의 풍요를 가능케 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3단계가 있다. 1단계는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남의 도움으로 거저 얻어먹고 사는 과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시기를 거쳐 성장하게 된다. 2단계는 땀흘려 벌어먹고 사는 과정이다. 이 삶을 제대로 거쳐야 3단계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즉 3단계는 2단계에서 얻어진 결과를 베풀어 줌으로써 1단계의 빚을 갚는 과정인 셈이다. 바로 이 시기가 노년기다.

우리는 노년기를 황혼기라 부른다. 인생을 하루의 삶에 비교하면 노년기는 황혼녘과 같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노년기를 황혼기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즉 황혼녘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요,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보람찬 시간이다. 따라서 노년기 역시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보람찬 시기여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로 인생의 3단계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마지막 베푸는 단계가 노년기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베풀 만한 위치에 놓여 있지 못하다. 자녀 양육에 모든 것을 바치고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 할 때다. 노년기가 가장 아름다운 황혼기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는 노인을 위한 일일 뿐 아니라 젊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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