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
  •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07.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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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7월 1일자로 발령이 났다. 출근길도 익힐 겸 주말에 3층 사무실에 들렀다가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사람들을 슬쩍 보고 계단을 내려오니 2층 복층 공간과 책상에 자유롭게 앉아있는 학생들과 보드게임을 정리하고 일어서는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1층 벌집 벽면에 엉덩이를 밀어 넣고 있는 아이들과 이어폰을 꽂고 책상에서 집중하거나 편안한 자세로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 그리고 검정 옷에 검정 가방을 메고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네댓 명의 남학생 무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려니 어찌나 가슴이 두근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국제 청소년 글쓰기 센터 연맹 지음·미메시스)은 비영리단체 826내셔널이 유쾌한 아이디어로 지은 글쓰기 센터를 소개하는 책이다.

부록으로 `이런 공간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의 화답으로 도서문화재단 씨앗에서 함께한 `사이의 변화'를 응원하는 공간을 소개한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대부분 아이의 존재를 기쁘게 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견디기 위해 디자인된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감성을 키워주고 싶다면 불필요할 정도로, 심지어 과하게 아름다운 것으로 주변을 채워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데 쏟은 애정과 존중을 감지하고 그로써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 있는 아이들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데이브 에거스의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나를 정신무장 시켜준다. 부록에 실린 말처럼 새로 만난 도서관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환대하는 안전한 공간, 평소와는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엉뚱한 공간, 지금의 나와 미래에 되고 싶은 나 사이의 간격을 줄여주는 탐색과 시도의 공간, 어떤 가능성이든 열려 있다는 기대와 설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사회적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아이들이라면 누구든 이런 공간에서의 경험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시간과 공간이 한껏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어른, 틈을 주는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 마음을 쌓아본다.

이번 달 잡지 `컨셉진'에 나태주 시인의 말이 실렸다. “반갑습니다. 아까부터 반가웠고요. 앞으로도 우리가 만날 때 늘 반갑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제 시가 아니고 구상 선생님의 시입니다. -중략- 그리고 꽃이 떠나간 자리에는 꼭 열매가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꽃이다, 그리고 내가 앉은 자리가 꽃이 앉은 꽃자리다, 이렇게 생각하며 올 한 해 잘 사시길 바랍니다.”

전임 사서가 꽃피워둔 자리에서 좋은 열매를 맺기를 기대하며 도서관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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