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폐해
한국 정치의 폐해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7.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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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명예교수

 

미국에 사는 친구가 놀러 왔다. 그 친구는 영구귀국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생활수준이 역전되어 미국은 많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 친구는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인데 친구들의 불만이 많은 게 놀랍다고도 했다.

그 친구 말이 맞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며 한국 치안(K-Security)은 세계 최정상 수준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새벽 한두 시에 여성들이 길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기 어렵다. 외국인들은 카페에서 고가의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놔두고 화장실을 가는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의 교통(K-Transformation) 시스템도 화제이다. 대도시 전역을 그물처럼 연결하여 싼값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전철 시스템은 자랑거리이다. 우리나라 전철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 전철 이용 시 보여주는 한국인들의 질서의식 또한 최고수준이다. 전국을 두 시간 생활권으로 이어주는 고속철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로망도 자랑거리이다.

한국의 의료(K-Medical Treatment) 시스템은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진료를 받고 만 원 미만의 진찰료와 만원 미만의 약값을 지불한다. 미국은 의료보험료가 비싸고 모든 사람이 골고루 의료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감기도 몇 주일을 기다려야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복잡한 수술은 몇 년씩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 분에서 몇십 분, 길어야 한두 시간 기다리면 의료처리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의 병원에 대해 외국인들은 기적에 가깝다고 놀라워한다.

한국 문화(K-Culture)에 대한 세계인의 열광 또한 뜨겁다.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K-Pop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보통명사이다.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한국 드라마(K-Drama), 한국 음식(K-Food)은 세계 시장을 점령 중이다. 불고기와 비빔밥, 김치뿐만이 아니라 나물, 한정식, 라면, 식음료의 세계시장 공략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미용(K-Beauty) 산업도 이미 세계 수준이다. 예전에 인기가 있었던 일본과 프랑스의 화장품은 이미 국산화장품에 최고의 자리를 넘겨준 지 오래다. 이 외에도 한국형 기술(K-Technique), 한국형 경제(K-Economy), 한국형 콘텐츠(K-Contents) 등도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평가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우리는 그런데도 행복하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 정치(K-Politic)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정치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기분이 나빠진다. 사회의 민주화 지수, 행복지수를 저하시키는데 뛰어난 인간들이 사회지도층의 자리에 앉아 국민의 분노지수를 높이고 있다. 한국 정치는 세계에서 바닥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생물학에는 리이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부족한 영양분에 의해서 인간의 건강이 결정된다는 원칙이다.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등 모든 영양소가 다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에 걸려 고통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국민행복과 국력 평가에도 최소량의 법칙이 적용된다. 곧 함량 미달의 한국형 정치가 세계최고 수준에 도달한 여타분야의 경쟁력까지도 갉아먹고 있다.

함량 미달의 인간이 해외에 나가 망신살을 뻗치게 할 때, 사람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문화(K-Culture)를 갖고 있는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맞는지 의구심을 갖는다. 그들은 서슴없이 `너희들은 어떻게 저런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서 내보낼 수 있느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할 말이 없다(有口無言).

파워 엘리트가 약탈적 경쟁의 사회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우리 삶의 질을 낮추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OECD 국가에서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을 기록하며 불행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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