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일기 3
한 사람의 일기 3
  •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3.06.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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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법신불 일원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좌선도 한다.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 옆 나라에서 핵 폐기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다고 하는데 정부가 두 손 들고 환영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을 설득하고 있다.

마음이 요란해짐과 동시에 입에서 욕이 나와 버렸다. 방금 전 거룩한 마음으로 모두가 잘 되길 기도를 하고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을 어떻게든 지키겠다며 좌선을 했는데 시쳇말로 도로아미타불이다. 나는 공부인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일상수행의 요법 1조를 외운다. `심지(心地)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境界)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서 자성의 정을 세우자' 내 마음은 원래 고요하고 평온하다. 그게 내 본래 마음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뻘짓을 기사로 보게 되는 경계를 당하니 내 마음이 요란해졌다.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서 자성의 정을 세운다. 자성의 정이란 내 본래 마음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고요함을 말한다. 그걸 어떻게 세우는 거냐고? 그냥 고요함을 세우면 된다. 내 마음이 본래 고요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마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사람은 장례식장에서도 웃을 수 있고 잔칫집에서 울 수 있다.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환경과 상황이 어떻게 되어 있더라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은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사실 슬픈 상황에서 즐거운 마음을 선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너무 양쪽 방향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간 과정을 거쳐 갈 때에 수월하다. 그 중간과정이 원래 마음이다. 내 마음의 원래 상태이다. 즐겁지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은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가 내 본래 마음이다. 내 본래 마음은 마음의 고향이자 정거장이다. 그 어떤 마음이 나오더라도 이 본래 마음에서 나온 것이며 다시 이 본래 마음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본래 마음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에도 심각한 일이 생긴다. 24시간 즐거워하고 있다면 사람은 견디지 못한다. 사람의 육신과 정신이 갖은 감정들의 변화 속에서 견딜 수 있는 건 어쨌든 내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내 본래 마음에 머물고 있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났든, 슬프든, 기쁘든, 즐겁든 그것을 온전히 즐기고 다시 본래 마음으로 돌아와야 한다. 고요하고 평온한 내 본래 마음을 생각하고 세우는 것이 정을 세우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됐으니 천천히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내가 반대한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알려주지 않고 나중에 원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충분히 내 뜻을 알려준 사람만이 불평이라도 할 수 있다. 광장으로 가자.

말씀하시기를 `송죽의 가치를 상설(霜雪)이 드러내듯이 공부인의 가치는 순역경계가 드러내나니, 각자에 난관이 있는 때나 교중에 난관이 있는 때에 그 신앙의 가치가 더 드러나고 그 공부의 가치가 더 드러나나니라. 국가에서 군인을 양성하는 것은 유사시에 쓰자는 것이요 도인이 마음공부를 하는 것은 경계를 당하여 마음 실력을 활용하자는 것이니라.'(정산종사법어 권도편 3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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