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죽는 날은 빠르면 오늘이다
누구에게나 죽는 날은 빠르면 오늘이다
  •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 승인 2023.06.2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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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한 남자가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서있다. 
염라대왕(閻羅大王)은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지옥의 왕이자 판관(判官)이다. 염라대왕은 구전과 문헌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는데 그중 중국불교의 위경(僞經)인 시왕경(十王經)에서 전해지지만 확인되지는 않은 그렇다고 확인할 수도 없는 내용은 이렇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인 명부(冥府)라는 곳에는 사자(死者)에 대한 죄(罪)와 업(業)의 경중(輕重)을 다루는 10명의 왕이 있고 왕의 숫자만큼의 지옥이 있다. 그 왕들을 시왕(十王)이라 하고 그들이 각기 담당하고 있는 지옥을 10대지옥이라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제1지옥 진광대왕(秦廣大王)부터 제7지옥 태산대왕(泰山大王)까지 7일째마다 차례로 7번 그러니까 49일 되는 날까지 시왕 앞에 나아가 생전에 지은 선행 악행과 업의 경중(輕重)을 심판 받는다. 여기서 유래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49재(四十九齋)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7지옥 태산대왕까지 검증을 받고 판결이 나오지만 죄가 매우 중하거나 특별히 더 검증이 필요한 하다고 판단되면 제10지옥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 앞까지 서게 된다. 사후 100일째 되는 날은 제8지옥 평등대왕(平等大王)이 사후 1주기에는 제9지옥 도시대왕(都市大王)이 검증하고 판결한다. 마지막 관문인 제10지옥 오도전륜대왕이 내리는 최종심 확정판결은 사후 장장 3년이 되는 날에나 받을 수 있다. 3년 탈상(??)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위와 같은 검증과 판결을 거치는 이유는 불교의 중생관인 육도윤회(六道輪廻)에서 비롯된다. 일체중생은 자신의 지은 선악의 업에 따라 육도세계를 끊임없이 윤회전생(輪廻轉生)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쳇바퀴처럼 끊임없이 환생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해탈(解脫)을 해야만 갈수 있는 곳인 천상계(天上界)를 제외한 인간계(人間界), 아수라계(阿修羅界), 아귀계(餓鬼界), 축생계(畜生界), 지옥계(地獄界) 중 한 곳으로 환생한다. 이 행선지의 결정을 위한 검증과 판단을 각 지옥의 시왕들이 하는 것이다. 그중 염라대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10대지옥의 하나인 제5지옥 발설지옥(拔舌地獄)의 담당 시왕이자 판관일 뿐 최종심 확정판결은 오도전륜대왕의 고유권한이다.
여하튼 염라대왕 앞에 서 있는 이 남자. 살아생전 선행보다는 악행을 훨씬 많이 저지른 이 남자도 재판장의 피고가 누구나 그러하듯 억울하고 그럴만한 사연은 있었단다.
정말 지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 막 좋은 일을 하려던 참인데 이렇게 갑자기 불쑥 저승에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회되고 억울하다. 예상치 못한 죽음이 자신에게 일어난 변(變)이라는 것이 이 남자의 변(辯)이다.
예상 가능한 단골 레퍼토리 변명인 듯 염라대왕은 답한다. 
“이제와 후회하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죽을 줄 몰랐다는 것 또한 다 핑계일 뿐이다. 이미 나는 너에게 세 번씩이나 저승사자를 보냈다. 첫 번째 저승사자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며 두 번째는 병든 사람이었고 세 번째는 죽은 사람이다. 그래도 정말 몰랐단 말이냐?”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육신을 가진 생명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우주의 섭리다.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당장은 외면 할 수는 있어도 언젠가는 대면해야 하는 것이 죽음이다. 저승사자의 옐로카드는 여러 방식과 예상치 못한 시간과 공간에서 죽는 그날까지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위축된 삶을 살아가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삶의 소중함을 주변으로부터의 간접체험으로 배울 수 있다. 그러니 배워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죽음이 있는 곳에는 늘 삶이 있었듯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어쨌든 오늘 우리는 살아있다. 그러니 일단 오늘을 살고 볼일이다. 감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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