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수능 정책, 약발 먹힐까?
핀셋 수능 정책, 약발 먹힐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6.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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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말 한마디에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 앞두고 나온 발언에 수험생이나 학부모, 교사 모두 혼란에 빠졌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나온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관련 발언으로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카르텔 근절 등 사교육 경감 대책이 쏟아졌다.
교육부는‘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을 ‘사교육 주범’으로 지목하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핀셋으로’ 철저히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핀셋으로 수능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이 발표되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서울교사노동조합 등 여러 교육 단체들은 국회를 향해‘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학부모로부터 공교육이 신뢰를 잃고 사교육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수능 킬러문항 출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사교육시장의 카르텔을 근절한다고 공교육이 강화될지는 의문이다.
2019년 기준으로 대학 입학가능자원은 52만6000명인 반면 대입입학정원은 49만7000명으로 대입 정원이 2만9000명 많았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대입 정원이 대입 가능 자원을 추월했다. 2024학년도 대입입학 가능 자원은 37만3000명으로 4년 새 15만3000명이 줄었다. 입학 자원보다 대학 정원이 더 많은 상황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것이‘그냥 대학’이 아니라 ‘어느 대학’이냐는 점이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과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연합회는 “사교육비 문제는 수능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입시제도, 대학체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는 데다 근본적으로는 학벌주의가 견고하고 좋은 직장은‘좁은문’인 사회 취업·노동환경에 원인이 있다”며“교육정책과 함께 사회·노동정책이라는 틀에서 멀리 보고 종합적인 정책을 펼 때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현장을 들여다보면 초등학교 6학년 11.6%, 중학교 3학년 학생의 22.6%,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32.3%가 자신을 수포자(수학 포기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수학과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비율은 초등학생은 44.9%, 중학생은 60.6%, 고등학생은 72.4%로 나타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의 비율은 급증했다.
임종성 전 서울시립대 영어학 교수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수능 영어에 출제된 ‘킬러문항’ 지문들의 출처를 분석해보니‘마의 구간’이라고 불리는 31~40번 지문 대부분이 미국 대학 전공서적 또는 석·박사 전공서적들에서 인용됐다고 밝혔다. 
임 전 교수는 “전공서적, 심지어 석·박사들이 읽는 책 내용을 지문으로 출제하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조차 해석하기가 어렵다”며 “시험이란 게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도구가 돼야지 어떻게 하면 이 아이와 저 아이를 차별화시키느냐가 핵심이 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사회전환을 위한 과제 연구’에 따르면 국제조사기관‘월드 밸류 서베이’의 7차 조사(2016~2020년)에서 한국의 16~24세 청년 20.8%가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조사(1990~1994년) 때는 이런 생각을 가진 한국 청년이 8.4%에 불과했다.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부정적인 인식이 28년 사이 2.48배나 높아졌다.
대학 간판에 인생을 걸도록 만드는 사회적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수능등급이 인생등급이라는 공식은 유지될 것이다. 어디에 핀셋을 꽂을지 위정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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