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를 위하여
엘리제를 위하여
  •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 승인 2023.06.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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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여러분들이 많이 사랑하는 곡이죠? 앙코르곡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관중석에서 큰 환호와 함께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이 곡은 `베토벤' 곡입니다. 엘리제는 베토벤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실존 인물인지 알기는 어렵다고 해요, 베토벤의 연인이 많아서인지? 후훗, 아니면 감춰 있는 연인이었는지? 그것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암튼 오늘 지금 저는 베토벤이고, 여러분은 저의 `엘리제'입니다.” 와아 ~~ 짝짝짝짝짝.

지난 8일 저녁 `세종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풍경이다. 피아니스트 김예라님이 독주회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가 감미롭게 흐른다. 1시간을 넘은 피아노 독주로 관객들은 살짝 지칠 만도 한데 눈동자가 반짝인다. 피아니스트가 참 여유 넘친다. 일부러 척? 하는 건 아닐 테고 그동안의 경험에 더해, 어쩌면 타고난 강골인지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청주 출신으로 중학교 때부터 서울 예원학교로 유학, 서울예고를 졸업한 재원이다. 졸업 후 곧바로 독일 하노버국립음대에 진학, 드레스덴국립음대 최고 연주자과정을 졸업하였다. 치열한 경쟁 속 국내 음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유럽식 음악교육을 받은 덕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김예라 독주회'를 보는 내내 떠올랐다.

사실 공간 크기가 만만치 않은, 세종 예술의전당에서의 개인 독주회는 큰 부담이다. 올 초에도 그 유명한 `조성진과 정명훈'의 콘서트가 진행됐던 곳이 아니던가~. 1층 넓은 객석이 거의 꽉 찼다. 연신 김예라를 환호하는 모습으로 보아 군데군데 팬덤 층도 보인다.

연주 시작부터 마이크를 먼저 잡는다. 그리고 마치 `작은 콘서트' 진행자처럼 의자에 앉아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피아니스트 김예라입니다. 무대 조명이 밝아서 여러분은 제가 아주 잘 보이죠? 근데 저도 여러분이 잘 보이는데….” 관객의 웃음과 함께 큰 박수가 이어진다. 보통 이런 분위기는 `하우스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인데 넓은 예술의 전당에서 아티스트는 정감있는 멘트로 멀리 있는 관객까지 빨아들인다. 마치 연주자가 바로 코앞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살짝 흥분했는지 말하는 도중 호흡이 달린다. “휴~~”하며 가슴을 톡톡 치고 호흡을 정리하는데 그마저도 웃음이 난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 모음 13곡, 중간에 곡 전환은, 자신의 연주 모습으로 구분할 수 있다던가, 아니면 연주를 살짝 멈출 테니 확인해보라는 미션도 던져준다.

김예라는 원래 초절기교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이 곡은 초절기교는 찾아볼 수 없는 시성(詩性) 넘치는 감성의 작품이다. 어떻게 연주할까? 생각하며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들 녀석이 옆에서 내게 몸을 기대며 속삭인다. “아빠~ 소리가 끊어지질 않아, 계속 이어져~. 내 소리랑 너무 다르지?”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들이 기다리던 쇼팽의 `스케르초' 순서다. 아마도? 오늘 연주곡 중 김예라 피아니스트의 면목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곡이다. 아들이 흥분한다. “저거지~ 바로 저거야!”

로비에서 목이 빠진다. 사진 한 장 찍고 싶은데 순서가 오질 않는다. “아빠~ 그냥 가요~. 사진 좀 안 찍으면 어때~” 심통이 났는지 녀석이 총총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아들~ 같이 가~.” 멀리 로비는 여전히 소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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