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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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6.27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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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관광산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억눌렸던 국민들의 여행 욕구가 폭발한 탓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여행 욕구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쏠리고 있으니 좋은 소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거북하다.

지난 5월에만 해외로 여행을 떠난 국내 여행객이 45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4배가 증가한 수치다. 비용면에서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이 비슷하다면 굳이 국내 여행을 고집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잘라 말하자면 “그 돈이면 차라리 나가자”라는 것이다.

사실상 최근 일부 국내 여행지에서 발생한 바가지요금 논란은 국민들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게 하고, 해외 여행객들은 한국을 두 번 다시 찾지 않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얼마전 KBS 예능 `1박2일' 프로그램 중 경북 영양군의 한 전통시장에서 출연진에게 옛날 과자 한 봉지를 7만원에 강매한 장면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각종 커뮤니티와 영양군 홈페이지에는 “차라리 한우를 먹겠다” 등 비난이 쏟아졌다.

전북 군산 선유도의 한 식당에서는 냉동새우 한 개 넣은 해물라면 1인분을 1만원에 팔았다가 `비추천 여행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강릉단오제 축제를 다녀온 한 여행객은 평소 1박에 3만5000원짜리 숙소가 8만원, 5만원짜리 숙소는 15만원까지 오른 것에 경악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를 찾은 한 여행객은 어시장을 들러 6만원짜리 회정식을 주문했는데 싱싱한 회가 아닌 랩을 씌워 보관해 놓았던 회 한 접시에 허접한 밑반찬 몇 개만 나와 분통을 터뜨렸고,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 해수욕장의 한 음식점을 찾은 한 가족도 2만4000원짜리 `점심 특선' 3인분을 주문했는데 얄팍한 갈치구이 한 토막, 부실한 돌솥밥, 리필 안되는 밑반찬 등의 불손한 서비스와 바가지요금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니 다들 해외로 나가죠'란 제목과 함께 “4박에 제주는 280만원, 태국은 263만원 같은 값이면 태국에 가는 게 낫다. 태국에서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여러 차례 불러도 제주에서 렌트하는 비용의 반의 반도 안 된다. 식비도 제주에 비해 반값에 불과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골프여행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한 여행사의 통계에 의하면 골프 여행객 95%는 일본이나 동남아를 선택하고 있고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국내 여행객은 고작 5% 이내였다.

일부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여행 시 바가지요금을 조심해야 한다”는 낯부끄러운 글까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관광산업에 `K-바가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주 3박 5일 일정으로 본보 충남·북지역 주재기자들이 해외 연수 명목으로 베트남 호치민시를 다녀왔다. 호텔, 음식, 관광상품 등 국내 여행지에 비해 값싼 물가와 친절한 서비스 등 무엇하나 불만을 품을 일이 없었다. 충남·북지역 주재기자들 모두가 이번 해외 연수에 매우 흡족해했다. 아마도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본보 지역 주재기자들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국내 관광지 상인들의 알량한 한탕주의는 국내 여행객을 해외로 진출시켰고 해외 여행객들은 다른 나라 여행지로 쫓아버리는 폐단을 자처했다. 국내 관광지 상인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 이상 한동안 `해외여행 갈 바에야 국내 여행을 가겠다'라는 국민들의 말을 듣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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