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가치를 다시 말한다
직지의 가치를 다시 말한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6.26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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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
청주의 미래유산 C-콘텐츠로
①프랑스국립도서관 50년 만에 직지 공개
佛 기획·연구자세 감동
불경·책이란 한계 벗고
창의적 시선·질문 필요
파리국립도서관에 전시된 '직지' 원본을 한 여성 관람객이 관찰하고 있다. /연지민기자
파리국립도서관에 전시된 '직지' 원본을 한 여성 관람객이 관찰하고 있다. /연지민기자

 

`직지의 고장' 하면 청주다.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세계기록문화유산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발행된 것이 확인되면서 청주=직지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2001년에는 유네스코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직지를 등재하면서 금속활자본으로의 가치도 공인받는 성과도 이루었다.

하지만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를 청주만의 콘텐츠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2000년 초연된 `직지오페라'는 서울과 청주에서 공연된 후 불교계의 반발로 다시는 공연되지 못했고, 금속활자에 주목해 추진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직지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공예의 길을 걷고 있다.

예술단체의 행사나 음악, 문학, 무용, 연극, 심지어 동아리 행사마저 직지라는 이름을 걸고 개최될 정도로 많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직지 콘텐츠는 사장되고 사라졌다.

격년제로 열리는 `직지축제'마저 행사의 정체성을 잃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직지를 주제로 개최되는 크고 작은 행사도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청주의 아이콘으로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가 금속활자문화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직지'임을 천명하고 있지만 `직지'를 탄생시킨 청주에서는 원본이 없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유네스코 직지상'만 직지의 정체성과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지의 고장' 청주가 길을 잃은 사이 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直指)'가 50년 만에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어둑한 서고를 벗어나 실물이 공개됐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지난 4월 12일부터 오는 7월 16일까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을 개최하며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 가장 오래된 `직지'를 공개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먼 타국 땅에서 `직지'가 전시되면서 청주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직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직지의 고장 청주'가 `대한민국 직지'로 불꽃이 다시 점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청주만의 콘텐츠로 직지를 되살릴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청주를 대표하는 직지를 콘텐츠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미래유산 가치를 확보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직지를 활용할 수 있을까? 국민에게 자긍심을 안겨주는 `직지'가 다시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어둑한 서고로 돌아가기 전에 미래유산으로의 직지 활용방안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불경과 책이란 한계에 갇혀 답보 상태에 머무는 직지에 대해 좀 더 창의적이고 미래적인 시선과 질문이 필요하다. K-문화가 세계인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만큼 직지를 한국의 우수한 문화로 연결해 청주만의 C-콘텐츠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직지를 우수한 우리의 옛 문화의 범주 속에 가둬놓을 것이 아니라 K-문화로 확장해 발전시켜 나갈 때 미래기록문화유산으로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현존하는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로 가치를 인정받은 지 50년, 직지를 매개로 고인쇄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청주고인쇄박물관 건립 30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후 22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청주의 미래유산 C-콘텐츠 직지를 조명해야 하는 이유다.

기획취재`세계기록유산 직지, 청주의 미래유산 C-콘텐츠로!'에서는 세계 관광도시 파리에서 직지의 활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50년 만에 `직지'를 전시하며 프랑스국립도서관 관계자들이 보여준 기획과 연구 자세는 고스란히 직지의 감동으로 전해졌다. 또한 세계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는 파리의 콘텐츠를 통해 C-콘텐츠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프랑스국립도서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시 개최의 의미와 목적, 향후 직지의 보존 및 활용방안, 유네스코 파리본부 담당자로부터 청주에 건립 중인 세계기록문화유산센터와의 협력 방안, 그리고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외 관람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C-콘텐츠 직지의 미래를 7회에 걸쳐 보도한다.

△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은 고서이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책의 원 제목이며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 <직지>라고도 부른다. 이 책은 1372년(공민왕 21)에 저술되었고 1377년 청주목의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되었다. 금속활자본으로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독일의 금속활자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앞서 발간되었다. 본문은 고승 백운화상이 여러 문헌에서 선(禪)과 관련된 부분을 옮겨 적었다. <직지>는 고려 선종사에 귀중한 문헌이지만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 세계 최고(最古)로 세계 인쇄문화에 새로운 역사로 기록되었다. 현재 이 책의 상권은 행방을 알 수 없고,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일제강점기인 1900년 주한프랑스 공관이었던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1853~1924)'가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대한제국에 참가를 제안하였고, 이때 직지도 출품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프랑스로 건너가게 된 <직지 하권>은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도서의 해 기념전시회에 출품돼 세계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2001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 현존하는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임을 공인받았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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