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경제 고통 지수
청년 경제 고통 지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6.2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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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24시편의점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요즘 청년들의 자조섞인 푸념이다. 시골에서 부모님 곁을 떠나 충남 천안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촌에 거주하며 배달 알바를 하고 있는 취준생 김성호씨(30·가명).

`번듯한' 회사에 취직하려고 대학 졸업 후 4년째 알바를 하며 스펙을 키우고 있는 그에게 24시편의점은 너무 고마운 존재다. 가장 큰 `민생고'인 먹는 문제를 거의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돈인 `배달 알바'는 집에서 밥을 해먹을 시간조차 낭비하면 안된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몇 년 전 배달일을 시작한 후부터 하루에 두끼를 대부분 편의점에서 해결한다. 편의점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3000~4000원짜리 도시락과 1000원 아래의 가격으로 집어들 수 있는 삼각김밥, 1000원짜리 한 장이면 맘껏 고를 수 있는 컵라면 등이 그의 `에너지원'이 되어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요즘 편의점 음식값이 서서히 부담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김밥을 비롯해 도시락까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불과 몇 년 사이 두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물론 시중 식당보다야 싼 가격이긴 하지만 한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는 처지에선 이만저만 부담이 아니다. 매년 오르기만 하는 집세, 밥값. 새 옷을 사입은 게 언제 인지 모를 정도로 삶이 팍팍하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번듯한 중견기업에 취업해 연봉 6000만원을 받고 있는 친구가 너무 부럽기만 하다.

청년사회가 부익부 빈익빈에 빠져들고 있다.

어떤 `능력 청년'들은 취업에 성공해 여유로운 삶을 살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반대편에서는 하루 끼니와 잘곳을 걱정하며 팍팍하게 종일을 보내며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년 적금 해약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시된 연리 10%의 청년 희망 적금 중도 해지자가 70만명에 육박했다.

출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90만계좌를 모집했으나 15개월 후인 지난 5월 말 가입자의 24%가 해약을 했다. 4명 중 1명이 적금을 `깬' 것이다.

적금 해약 내용을 보면 서글픈 느낌이 든다. 금감원이 납입 금액 대별로 해지율을 분석했더니 10만~20만원 미만 구간의 해지율이 4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만원~30만원 미만이 43.9%, 30만원~40만원 미만이 40.3%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최대 한도인 50만원을 꽉 채워 납입한 가입자들의 해지율은 14.8%에 불과했다.

적금 부을 여력이 넉넉한 청년들에 비해 지갑이 가벼운 청년들일수록 해지율이 높았다. 적금을 유지하기가 버거웠던 것이다.

문제는 상위 소수 그룹을 빼고는 대다수 청년의 삶의 질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연령대별로 계층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해 발표했다.

그 결과 15~29세 청년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5.1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가 16.1, 30대가 14.4, 50대(13.3), 40대(12.5)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년들이 세대를 통틀어 가장 경제적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는 슬픈 현실. 청년들의 어깨를 펴 줘야 할 정치권이 허구한 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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