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 온 사자 어떻게 볼 것인가
문밖에 온 사자 어떻게 볼 것인가
  • 이영숙 시인
  • 승인 2023.06.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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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엿보기
이영숙 시인
이영숙 시인

 

“누구나 문 밖에 사자가 있다. 사자가 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다. 단 하나도….”

윤아해 작가의『문밖에 사자가 있다』의 속표지 문장이다. 사자가 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다. 문 밖의 사자를 무섭게 만들기도 하고 순하게 길들이는 것도 결국 자신이다.

“문밖에 사자가 있어. 그래서 나는 나갈 수가 없어.”

“문밖에 사자가 있어. 그래도 나는 나가고 싶어.”

그래서와 그래도처럼 내 안의 노랑이인 약한 자아와 내 안의 파랑이인 강한 자아가 겪는 갈등과 대처 방식이 사뭇 다르다. 유약한 노랑이와 강인한 파랑이는 싱클레어이거나 싱클레어가 추종하는 내면의 건강한 자아 데미안이다.

자녀와 부모, 교사들이 참관하는 공개수업이라 모두 동참할 텍스트로 이 그림책이 적합하여 PPT를 만들고 <책 속, 노랑과 파랑>, <책 밖, 노랑과 파랑, 사자의 상징성>에 관한 활동지를 꾸렸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노랑이도 있고 파랑이도 있다. 문밖에 사자가 찾아왔을 때 어떤 마 음을 선택하고 싶니?'

저 문을 열고 나가지 않는다면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절대 알 수 없다. 사자 관련 공부와 근력운동으로 몸을 다진 후 탈출 기회를 엿보는 파랑이의 주도면밀한 모습에 집중할 무렵, 학생들이 모둠 토론을 통해 내놓은 답들이 대견하다.

노랑이처럼 문 밖을 두려워하기만 하면 사자가 떠나도 그걸 모르고 여전히 집안에 갇혀서 `어떡해, 어떡해'하며 덜덜덜 거리다 나중에는 그것이 습관처럼 된다. 일단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다.

사자(두려움)관련 공부를 충분히 한 후 딛고 일어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다. 수업 끝나고 돌아설 무렵 한 젊은 아빠가 교탁 앞으로 나오더니 수줍게 인사말을 전한다.

“선생님, 문밖의 사자를 보고 저 사자 때문에 나갈 수 없다고 합리화하는 노랑이는 바로 제 모습이었네요. 우리 아이 수업 구경하러 왔다가 오히려 제가 자극받고 갑니다.”

행복은 착하거나 예쁜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사자처럼 무섭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문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사자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상황을 해석하는 기준은 내 안에 있다. 딛고 성장할 발판 또는 기회로 삼는다면 문 밖의 사자는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성장할 기회이다. 인생의 모든 답은 인식하는 주체가 지닌 생각의 열쇠에 달려 있다.

내 안의 노랑이와 파랑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잘 성찰한 후 비 온 뒤에 볼 수 있는 무지개의 또 다른 모습으로 전환할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 어떠한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파랑이'처럼 사자를 뛰어넘어 높은 산의 자유를 얻는 건강한 나로 사는 길, 그 방향키를 제대로 보는 답은 내 안에 있다.

문밖에 사자, 어떻게 볼 것인가?

눈으로만 본다면 두려움, 공포, 불안, 장애물, 내 삶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나 의식으로 보면 넘어서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나를 찾아 왔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파랑이처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무서움과 두려움은 주관적인 내 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두렵다고 나가지 않으면 산 정상에서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 무서운 모습으로 온 사자는 어쩌면 더 높은 정상으로 오르기 위한 기회이며 노둣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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