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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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06.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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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바야흐로 1993년 8월, 대전은 뜨거웠다. 여름이라 뜨거웠나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엑스포로 뜨거웠다. 엑스포라는 말은 낯설었지만 그 행사를 우리가 유치했고 대전에서 열린다기에 많은 사람이 대전 엑스포를 관람했다. 마스코트였던 꿈돌이, 첨성대를 모방해 만든 한빛탑,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도우미라는 말이 당시 처음 등장했고 도우미가 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이 벌어진 것도 기억이 난다.

엑스포(Expo, 박람회)는 정부 간 국제기구인 세계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이하 BIE)에 의해 공인된 행사를 말한다. 엑스포를 열기 위해서는 BIE로부터 개최권을 획득해야 하는데 개막 일자를 기준으로 월드엑스포의 경우 최소 6년에서 최장 9년 전에 인정엑스포의 경우 5~6년 전에 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BIE는 유치 후보 도시들이 제출한 유치계획서를 토대로 현장실사를 하고 평가 보고서를 총회에 보고해 BIE 회원국의 개최지 선정 투표에 참고토록 하고 있다. 유치 후보 도시들은 BIE의 상·하반기 총회에서 엑스포 개최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한편 개별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유치교섭활동을 펼친다. 얼마 전 우리나라 부산도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와 함께 BIE의 상반기 총회에서 유치 발표를 했다.

BIE가 공인하는 엑스포는 다 같은 엑스포인 것 같지만 실은 몇 가지로 분류된다. 등록엑스포(Registered Exposition), 인정엑스포(Recognised Exposition), 트리에날레(Triennale de Milano), 원예박람회(Horticultural Expos)가 있는데 이중 가장 규모가 크고 대표적인 등록엑스포를 월드엑스포 또는 세계박람회라고 한다. 월드엑스포는 0과 5로 끝나는 연도에 5년에 한 번 열리고 그 사이에 인정엑스포가 열리는데 2010년 중국 상해 월드엑스포,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 월드엑스포 사이에 2012년 인정엑스포인 우리나라 여수 엑스포가 열린 것이 그 예다.

엑스포는 길드 체제가 무너지고 각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지역의 산업 발전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면서 기술과 상품을 한 데 놓고 비교하는 자리가 필요해진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756년 `영국산업박람회'가 열렸고 1798년 프랑스 정부가 최초의 국영 산업전시회인 `제1회 산업박람회'를 개최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진 박람회의 시초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실질적인 엑스포의 시초는 영국이 유리 궁전을 짓고 개최한 국영 박람회인 1851년 런던 엑스포라고 하며 우리나라의 최초 엑스포 참가는 1893년 시카고 엑스포로 기와집 모형의 한국관 안에 나전칠기, 방석, 갑옷 등 전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초창기에 엑스포는 당대 혁신제품과 발명품을 소개하는 주 무대가 됐는데 1851년 런던 엑스포의 증기기관, 1853년 뉴욕 엑스포의 엘리베이터, 1878년 파리 엑스포의 에디슨 전구 및 축음기를 비롯해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무선전화기 등이 엑스포를 통해 소개됐다. 교육체제와 엑스포도 관련이 깊은데 1870년 비엔나 엑스포, 1876년 필라델피아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 엑스포에서 실업교육 체제로서 러시안 시스템이 소개돼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제 발명품이나 첨단 기술은 전문분야 엑스포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엑스포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지혜를 모으는 대화의 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의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다. 더 나은 미래에서 교육의 역할도 중요한 영역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부산월드엑스포의 유치는 BIE의 하반기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소풍날 보다 소풍 전날이 더 설레듯 운동회 보다는 운동회 준비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우듯 이번 엑스포 유치 준비도 그러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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