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다섯째 아이
  •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 승인 2023.06.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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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야심 차게 시작한 ‘괴산북클럽’ 회원은 여전히 3명이다. 괴산의 작은 책방 중 하나인 숲 속 작은 책방 금요독서회 회원이 조정되어 4명이라는 연락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연합 북클럽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다른 회원분들의 동의로 6월엔 연합 독서모임을 추진하게 되었고 6월 북클럽 장소는 너른 잔디밭과 연꽃 가득한 집, 손만 뻗으면 뒷산이 만져질 것 같은 자연 속 회원의 집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그동안 회원모집이 부진했던 도서관 북클럽은 연합행사를 추진하는 사이 신규회원이 3명이 더 늘어 6명이 되었다.
연합 괴산 북클럽에서 선정한 책은 세계문학 전집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저, 민음사)이다. ‘다섯째 아이’는 영국의 ‘헤리엇’과 ‘데이비드’가 교외 아주 넓은 집에서 아이들을 많이 낳아 기르며, 종종 가족 파티를 열어 손님이 북적거리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시작한다. 하지만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나면서 가정의 행복은 흔들린다. 4명의 아이를 양육하며 힘든 엄마는 야생성을 지닌 ‘벤’을 감당할 에너지가 남지 않았는지, 다섯째 아이는 힘들어했다. 조금은 특별한 ‘벤’을 보호소에 보내지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약에 취해 잠들어 있는 ‘벤’의 모습에 괴로운 엄마 ‘헤리엇’은 다시 집으로 ‘벤’을 데려오면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병원에서 ‘벤’은 정상 범주에 속한다는 진단을 받지만, ‘벤’을 감당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가족들이다. ‘벤’은 점점 변해가고, 외로워진다. 학교에서도 나쁜 짓 하는 학생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내가 만약 엄마 ‘헤리엇’ 이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 가정은 행복했을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행복해야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오는 불행이 있을까? ‘벤’은 타고난 아이일까? 혹은 만들어진 아이일까? ‘헤리엇’은 모성애가 있는 것일까? 아픈 손가락 ‘벤’은 엄마만이 품을 수 있는 아이였을까?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북클럽에서 열띤 토론을 하였다. 
행복해지고 싶은 권리, 나만이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넘어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허상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학교 현장에서도 ‘벤’이 있다. 수업 중 갑자기 뛰어나가는 아이, 그 아이를 잡으러 나가는 또 다른 아이. 수업에 집중 못 하는 아이까지. 학교에서도 ‘벤’을 감당하기 위해 힘들어한다. 하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묵직한 생각거리를 남기는 책이다. 다섯째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가족이 함께 아픔을 나누지 못했음이 아쉬운 부분이다. 
사과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숲 속 길을 걸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사과나무는 없었는데, 달큰한 사과 향을 맡으며 나무 그늘을 걷는 여름 산책을 하며 다섯째 아이 ‘벤’을 되짚어 생각해 보았다. 다름과 틀림, 책임감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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