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 무렵
단오 무렵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3.06.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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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단오 풍경을 보고 있다. 실제 그림은 아니지만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도'를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난다. 그네를 뛰고 있는 여인, 나무 밑에 앉아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머리채를 잡고 있는 여인, 냇가에서 윗옷을 벗은 채 몸을 씻고 있는 여인들 모습이다. 가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림 속 여인들 머리숱이 그야말로 삼단 같다. 웃음이 나온 장면은 이런 여인들을 바위 뒤에서 몰래 지켜보는 두 남정네 모습이다.

예전에는 음력 오월 초닷새 단오는 설, 한식, 추석과 함께 명절 중 하나로 지냈다고 한다. 농경시대에는 모내기를 마치고 이때가 되면 풍년을 기원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단오제를 지냈다. 공동체가 하나 되어 민속놀이를 즐기는 세시 풍습으로 전해진다. 더러는 단오굿을 하는 마을도 있으며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며 단오 행사를 크게 벌이는 곳도 있다.

춘향전에 이몽룡도 단옷날 그네 뛰는 성춘향을 보고 연정을 품게 되었다지 않던가. 단오를 대표하는 놀이가 그네뛰기다. 여자들만 그네에 올라타지 않는다. 남자들도 같이 놀이를 즐겼다. 고향마을에서도 단오에 건넛마을 서낭당 옆, 큰 나무에 그네를 매어두고 젊은 여인들과 청년들이 그네를 탔다. 그네가 높고 줄이 길어 어린 우리는 올라서지도 못했다. 혼자서 또는 둘이 쌍그네를 뛰며 힘찬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여 구경꾼들도 덩달아 고개가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며 즐거웠다. 아마도 우리 마을에서도 이몽룡과 성춘향처럼 단오를 지내며 사랑의 불씨가 타올랐던 사람들이 있었지 싶다.

단오에는 수리취로 떡을 해 먹었다. 수리취는 우리가 흔히 먹는 취나물과 비슷한데 잎사귀 뒷면에 솜털처럼 하얀 털이 있으며 식감은 약간 더 질긴 편이다. 우리 마을에서는 떡취라 불렀다. 떡을 쪄서 동그랗게 떡살로 문양을 찍은 모양이 수레바퀴를 닮아 수리취떡이라고 전해진다. 수리취가 흔치 않으면 쑥을 넣어 떡을 한다. 이즈음에는 쑥떡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렇게 떡을 해 먹고 남자 들은 씨름을 하며 힘겨루기로 체력단련을 했다.

이런 우리 전통 풍습은 점점 잃어가고 있다. 설이나 추석은 아직 명절답게 가족이 모여서 함께 보내지만, 단오나 한식을 명절이라 여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놀이나 문화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바뀐 이유이기도 하겠으나 우리 전통 놀이나 기념일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풍습들을 쉽게 따라 하고 향유 한다. 이즈음엔 `무슨 무슨 데이'라고 상업성 홍보에 힘입어 그날엔 꼭 그 물품을 사서 나누어야 하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단오 무렵은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라 한다. 수리취나 쑥, 창포나 천궁잎에 함유된 몸에 좋은 성분이 가장 많이 생성되어있는 시기이지 싶다. 우리 선조들은 시기적절하게 음식이나 놀이로 다가올 무더위를 대비하는 체력단련을 해왔던 지혜가 돋보인다. 단오가 곧 다가온다. 올해에는 때맞춰 단오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그네를 찾아 나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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