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이옛길
산막이옛길
  • 김은혜 수필가
  • 승인 2023.06.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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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은혜 수필가
김은혜 수필가

 

산막이옛길은 자연미를 보존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튀어나온 곁가지도 모퉁이 돌도 그대로 둔 좁은 오솔길이다. 올 적마다 느끼지만, 숲이 뿜어내는 향기가 좋고, 강에 그림을 그려주는 바람이 있어 좋고, 어릴 적 뛰어놀던 동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이 좋아 자주 찾는다.

공중에 놓인 출렁다리에 다다랐다. 숲길을 마다하고 무서워 비명을 지르면서도 재미 삼아 걷는 사람이 눈에 뜨인다. 산을 찾는 묘미가 저런 건가 보다. 걷다 보면 심심찮게 발길을 멈추고 웃을 수밖에 없는 볼거리도 있다. 또 자연경관에 걸맞은 볼거리를 설치해 놓아 지루하지도 않다. `옷 벗은 미녀의 엉덩이를 살짝 만지라'는 팻말이 있다. `옷 벗은 미녀가 이 산중에?' 둘러보니 참나무 두 가지가 꼬였고 불쑥 튀어나왔다. 여자의 엉덩이라 생각하고 만졌는지 반질반질하다. 또 얼마를 걸었다. 산국화차 한잔 마시고 가란다. 갈증이 나는 터라 시원한 약수 한잔을 마시니 카페에 앉아 마셨던 레몬차보다 더 상큼하고 시원하다.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한곳에 다다르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들이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마음껏 뻗어 자신의 자태를 자랑한다. 아침 햇살이 영양제 역할을 톡톡히 했기에 이런 곡선미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또 아래로 흐르는 물속에 자기를 닮은 자신을 보며 우리가 거울 앞에서 미운 부분을 화장으로 감추듯 “요렇게 휘면 더 멋지겠지.”라며 좀 더 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매일 아침 나는 네가 있어 참 좋다고 말했을 것 같다.

한 곳에 이르니 선조들이 짐을 운반할 때 사용하던 지게가 산막이옛길 시가 새겨진 목판을 지고 이웃하고 있다. 자연에 문학을 첨부하니 예술 작품이 따로 없다. 이 풍경은 자연과 풍류의 조화라 하고 싶다. 아니 맛깔스럽다 표현하고 싶다. 옛 정취와 정서를 그대로 보여줌이 멋스러워 가슴이 두 방망이질 한다. 나는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아예 그늘진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지게가 업은 시 한 수를 택했다.

산막이옛길 -- 이 정식

`팔 벌린 산이 물을 막아? 어깨동무 한 새로 오솔길? 다람쥐 길 안내하고? 연리지 사랑 키워 가는 곳? 이곳이 지상 낙원일세 내 고향 칠성 산막이옛길'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을 낭송하니 우리의 삶이 예술이란 생각이 드는 반면, 6·25 피난살이 하다 해 질 녘 고향 집 가던 길이 보인다. 내가 살던 고향길은 산모롱이를 돌고 돌아 걷고 또 걸으면 징검다리가 놓인 내를 건너야 동네로 접어든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서당에서 글 읽는 구성진 소리가 들렸지. 소학을 뗀 형님의 음성을 확인하려고 담장 밑에서 서성이는데 그 소리가 그 소리라 확인이 안 되었었다. 밤인데도 낮같이 환해 한걸음에 달려가 대문 앞에 서니 대청마루에 불을 환하게 밝혀놓고 아버지가 서서 기다리고 계셨다.

시인님도 우리가 방금 걸어온 이 길을 박힌 돌을 캐내지 않아 걸리적거리는 좁은 길임에도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을 향해 가는 발길이라 춤을 추듯 가벼워 이런 심오한 글을 낳지 않았나 싶다.

마음이 통하는 벗을 만난 듯 가슴이 벅차 강을 마주 보고 있노라니 많은 인파가 모이게 된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1951년 이승만 대통령이 최초로 수력발전소를 칠성면에 설립하기 전에는 벌목하는 이가 모여 사는 몇 가구 안 되는 하늘만 빠끔한 말 그대로 산이 막힌 끝 동네가 아니었나 싶다.

현재는 등산객이 매일 찾는 천혜의 관광명소로 변했다. 올 적마다 조형물이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기도 한다. 오늘은 호수 위에 나무로 만든 뗏목도 떴다. 흥이 오른 여행객의 목소리가 물갈이를 만들고 있다. 다음에 오면 또 무엇이 등장하려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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