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지역의 유산
사라져 가는 지역의 유산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6.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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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최근 청주시내 명암타워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암저수지 옆 사유지에 민간이 세운 명암타워는 20년 무상사용이 끝나면서 이번 달 청주시로 넘어왔다.

시는 충북연구원에 명암 관망탑 활용 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했고, 이달 말 연구 결과가 나올 모양이다. 시로 넘어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활성화하지 못한 터라 어떤 활용 방안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제대로 된 방안이 나온다면 청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명암타워 못지않은 지역의 근대유산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바로 명암저수지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명암저수지는 1918년 착공해 1921년 준공한 저수지로 기록돼 있다. 100년이 넘는 수리시설이다.

명암저수지는 방죽 밑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명암저수지는 1927년 조선 최초 모범 수리 사업으로 꼽힐 정도로 우리나라 수리분야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명암타워 옆 한켠에 `명암수도(明岩隊道)'라는 표지석이 있다. 오랜 세월 풍화가 진행되면서 글씨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100년의 세월을 느끼게 한다.

명암저수지의 수리시설 등 구조물들은 아직도 견고하다. 100년 전에 건축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보전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년 전 명암타워 건축과정에서 일부가 훼손됐다. 2003년 명암타워 건축 당시 홍수가 났을 때 저수지 내로 토사가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우회시키는 물 터널 `명암수도'의 원형을 변형시켰다.

그로 인해 `명암수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토사가 저수지로 유입돼 쌓이고 있다.

근대유산으로 부족함이 없는 명암저수지의 `명암수도'의 원형 복원은 명암타워의 활용방안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수리시설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명암수도'의 원형 복원은 지역문화유산 보전을 위해서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사라져 가는 지역문화유산은 또 있다. 청주시내 구도심 지역(북문로, 영동)의 잠업창고도 없어졌다. 충청북도잠업진흥회 옆에 위치한 건물은 누에씨를 보관하던 창고였다고 한다.

얼마 전 카페로 개조된 이 건물은 붉은 벽돌로 견고하게 건축됐다. 카페로 개조할 당시 최대한 건물의 원형을 보존했다. 내부의 격벽 두께가 1m 가량으로 여러 개의 격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페 주인장의 말을 빌리면 누에씨를 보관하는 냉장고로 쓰였고, 건물 형태를 최대한 살렸다고 한다. 이 건물 역시 상당히 오래전에 건축된 것으로 지역근대유산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어떤 연유로 카페로 바뀔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나 청주지역의 잠업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근대유산이 사라진 것이다.

청주지역 뿐 아니라 충북 곳곳에서 지역의 문화유산들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2개월 간 진행했던 본보의 `소멸위기해법 국립공원에서 찾는다' 기획취재과정에서 소백산국립공원 내의 산판길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벌목현장으로부터 나무를 실어나른 길이었던 산판길은 일제의 수탈과 우리의 산림역사를 간직한 근대문화의 산물이다.

이처럼 보존 가치가 있는 우리 지역만이 간직한 유산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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