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잃어버린 집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3.06.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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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아침마다 요란하다. 여전하게 즐거움의 노랫소리로 듣다가 이내 심각한눈으로 바라보고야 말았다. 집 앞 전깃줄에 앉아있는 제비 때문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웃집 추녀 밑에는 여러 채의 제비집이 있지 않았던가. 바로 그것이 문제의 발단으로 추측이 가고 있다.

신기할 만큼 크고 작은 집들이었다. 연립주택마냥 나란히 기술도 좋게 둥지를 만들어 놓고서 드나드는 것을 보던 터이다. 그리고는 이웃한 그 집의 주인이 바뀌어 버린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었다. 집수리를 하면서 무참히 제비집은 철거가 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지금 저렇게 주변을 맴돌며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고나 할까.

한겨울을 보내고 돌아오니 살던 집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얼마나 황당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주위를 맴도는 것도 지나칠 만큼 날갯짓이 불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평소에는 노래로 들리던 소리가 이제는 안타까운 울음과 함께 처절한 호소력이 담긴 듯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전 국민을 놀라 게 만든 산불소식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하루아침에 집과 재산을 잃어버린 주민은 허망함에서 벗어나려 얼마나 애를 쓰고들 있을까. 저 제비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파고든다. 더불어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집에 대해 의미를 떠올리게 되었다.

습관처럼 아침이면 전깃줄에 매달린 제비를 바라본다. 떠날 수 없는 옛집을 그리워하는 모습이다. 아니면 다시 지을 집터를 물색이라도 하는 듯하다. 문득 담장 하나 사이를 둔 우리 집 추녀 끝을 살피게 된다. 제비에게 말을 건네듯 남편과 함께 중얼거렸다. 새로운 집을 마련한다면 우리 집에 지어도 된다고 속삭여 주었다. 듣는 둥 마는 둥 실컷 울다가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재난은 항상 우리를 따라다닌다. 언제 어디서 우리에게 엄습해올지도 모를 일이다. 불시에 당하는 상황이 되어도 다시 일어나 살아야하는 현실을 맞이한다. 그러던 와중 에 제비도 어디엔가 새 둥지를 마련하느라 바쁠 터이다. 하지만 살던 곳을 못 잊어 한 바퀴 비행하듯 다녀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좌절 중에도 끝내 잃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마음의 집으로부터 육신의 집이 아닐까 싶다. 마음이 황폐해지고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육신의 집도 무너지기 십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지켜가기 위한 긍정의 주문을 외우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재난을 당해 고통 받는 생명들이 있다면 일어설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전하고 싶다.

제비들의 수런대는 소리가 이제는 노랫소리로 들려온다. 작은 평화를 보여주는 아침이다. 순간 나를 담고 있는 집을 살핀다. 끝내 지켜가야 할 집은 외형의 집도 중요하지만 무형인 마음의 집이 견고해야하는 것을 알게 된 기회였다. 생명은 그곳에서부터 어떤 일을 만나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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