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거야?
진공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거야?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 승인 2023.06.14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옛날의 공상 과학 영화를 보면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커다란 전함들 사이로 날쌘 우주 비행정들이 쏜살같이 튀어나와서 뿅뿅! 신나게 레이저를 쏘면서 상대방과 대전을 치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안다. 우주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매개체가 있어야 전달되는 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우리는 안다.

아무것도 없어도 전달이 가능한 빛만이 저 멀리 있는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럼 지구는?

우주 공간은 아주 낮은 밀도와 압력을 가지고 있으며 완전 진공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지구와 같은 곳은 광활한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규칙을 따르는 특이점(singularity)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정말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수학에서 `0'이 획기적인 발명이었던 것처럼 과학에서 `진공'은 독특한 개념이다. 우주 공간에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진짜 진공이 있을 수 있을까?

진공이란 개념을 살펴보면 어떠한 물질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고전적인 물리학적 관점에서 진공은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의미하지만 오늘날 양자물리학적 관점에서 진공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다.

`아우, 머리 아파!. 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려고?', `그냥 진공이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내버려둬!'라고 말하고 싶은가?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양자물리학이 기본 개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전에는 없던 내비게이션과 다양한 옵션이 달린 각종 가정용품, 스마트폰 속에 이미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당신이 17세에 살고 있다면 고전물리학적 관점의 진공 개념만으로 살아도 될 것이지만 오늘날 이 시간을 살고 있다면 양자물리학적 관점의 진공 개념은 적어도 다르다는 것을 알고 살아가 보자.

고전물리학은 진공을 만드는 방법은 공기를 모두 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은 다르다. 예를 들어 오늘 만원의 수입이 있었지만 만원의 지출이 또한 발생했다면 당신이 가진 돈은 얼마인가? 없다. 無이다.

만약 어떤 물질이 (+)전자와 (-)전자의 개수가 같다면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모든 입자들은 반입자(모양, 질량이 같고 전하가 반대인 입자)를 가진다.

이 반입자들로 이루어진 물질을 반물질이라고 부른다.

우주 공간에서는 입자와 반입자가 충돌하여 상쇄하게 되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된다.

이런 입자와 반입자가 충돌하는 것을 양자요동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10 초 만에 일어나고 사라진다.

우리 눈이 이를 감지할 수 있을까? 이 짧은 시간은 우리가 가장 빠르다고 보는 빛의 속도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그렇다고 없는 일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누군가가 10초안에 셔터를 눌러서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면 엄청나게 많은 입자와 반입자들의 요동치는 현상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공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