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해
나이 듦에 대해
  • 반영호 시인
  • 승인 2023.06.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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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지난달은 제24회 품바축제가 열렸다. 축제기간이라서 매일 하던 걷기운동을 하지 못했다.

축제장을 돌아다니는 거리만 해도 휴대전화기에 설정된 만보기의 보행 수가 훨씬 뛰어넘었다. 뛰지 않고 걷는 것이지만 무리하면 아니함만 못하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종아리가 팽팽하여 찜질해야만 했다.

상체보다 하체가 부실한 탓도 있어 남보다 쉬이 피로를 느끼기도 하지만 5일씩이나 계속되는 강행군엔 대책이 없다.

신체적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엔 축제 전반을 총괄하느라 지금의 몇 배는 뛰었을 텐데 요즘 축제 일부를 치르는 일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솔직히 나이 탓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축제의 꽃이라는 거리 퍼레이드도 포기했을까. 길어봤자 시내 한 바퀴 도는 거리지마는 지레 겁이 났었다.

남들 길놀이에 나가는데 멍하니 부수에 앉아 있기도 남세스럽고 닭장 문이나 닫을까 고 농장에 가면서 시 한 수를 썼다.

참새미들녘 장승배기에서 불어와

꽃밭모롱이를 돌아오는 동안

지친 바람이 낙엽송 밭에서 잠시 쉬어갈만도 하련만

밤낭골까지 치달아 올라 땀 배인 속적삼을 스치면

잠시 아무렇게나 밭고랑에 털퍼덕 주저앉아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친다

세상이 어두워졌을 때 비로소 밝게 빛나는 새벽별처럼

밭 가장자리에 조용히 홀로 누었어도 한껏 빛나는 먼저 간 사람의 넋

한낮 뙤약볕에 새까맣게 그을어

맥고자 밑 까만 얼굴에

웃을 때만 드러나는 하얀 이빨이

동남아 어느 곳에서 온 이방인인 듯한데

무거운 짐 훌훌 털고

한갓진 산골짜기에 초연히 나앉아 개울건너 모내기한 능끝 들녘

여유롭게 노니는 백로를 바라보노라니

바람처럼 지나간 꿈같은 세월

나뭇잎 흔들고 지나간 바람이 그렇듯

지워질 순 있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무심한 게 어디

구름뿐이랴

바람뿐이랴

세월뿐이랴

흘러가는 저 개울물뿐이랴



축제에서는 `추억의 책가방'에서 `막걸리 동창회' 교장선생직을 맡았다. 힘들고 어려웠던 때 학교에 다니던 이들이 고향을 찾아 막걸리를 마시며 옛 학창시절을 회상하는 동창회를 재연하는 행사였다. 대다수의 소소한 일들은 회원들이 수고를 해 주지만 심적 부담은 크다. 그래서 책임을 맡는다는 것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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