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고, 대안학교의 성공적 모델을 기대하며
단재고, 대안학교의 성공적 모델을 기대하며
  • 곽노선 전 청주여고 교장
  • 승인 2023.06.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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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1980년 교직에 입문해 청소년들과 반평생을 보냈다. 지금도 지나온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행복으로 미소가 절로 나온다.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이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선생님들의 손길과 가르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떠오른다.

퇴직 후 또 다른 삶의 행복을 꿈꾸는 내가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펜을 든 까닭은 애써 외면하려 했던 교육에 대한 열정,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에 대한 사랑,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던 학교장의 교육적 책무가 떠오른 것은 아닐까?

요즘 (가칭)단재고등학교 개교 문제로 연일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충북도교육청이 단재고 개교를 1년 연기하자 2024년 개교, 기존에 설계한 교육과정 전면 수용 등을 요구하며 잦은 기자회견이 이루어지고, 교육청 정문 앞은 물론 길거리에도 현수막이 붙어 있다. 대안교육연구회, 충북교육연대, 도민행동, 평등교육실현 학부모회, 전교조 충북지부 등 참여하는 단체도 다양하지만 동일한 사람들의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이니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 충북도교육청은 단재고 개교를 왜 1년 연기했을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충북도교육청은 “공립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책무성을 가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고등학교 공통과목에 대한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혀 단재고의 교육과정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나 역시 학생들의 가능성은 무한하기에 대안학교라 하더라도 진로와 진학이 함께 고려된 교육과정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여겨 교육청의 입장에 공감하는 바이다. 특히 보통교과의 편성은 학생들의 기본 소양을 함양하는 교과이기에 타시도의 공립 대안학교 교육과정을 보더라도 대략 60시간 이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교과목도 국, 수, 영, 사, 과, 음, 미, 체 등 7-8개 교과를 이수하고 있다. 그런데 단재고의 기존 설계된 교육과정에서는 국어(기본문해력), 사회, 한국사 3과목뿐이며 이수시간도 공통과정 합계 12시간에 불과하다. 타시도 공립 대안학교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은 이수단위이기에 우려가 된다.

충북도교육청도 아마 이런 지점을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교육은 실험이 아니다. 차차로 보완해나가면 된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한 학생의 고교 학창시절은 단 한번뿐이기 때문이다.

보통교과 이수시간을 확보하고 보통교과를 가르치고 배움에 있어 대안과정의 노작, 프로젝트, 자기설계 등 교수-학습방법을 학생 개개인 맞춤형 교육서비스로 제공한다면 학생들의 기본소양 함양은 물론 원하는 곳으로의 진로진학도 가능할 것이다.

요즘 인구감소로 지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도의회에서도 농산촌 지역의 소규모학교 활성화 연구모임을 만드는 점 등을 보더라도 우리의 교육은 지역사회의 발전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교사의 수급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계되기에 그동안 단재고 개교를 준비하던 팀원들의 기득권, 진영의 논리로 현 교육감을 흔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단재고 개교를 준비하는 교육계 구성원 모두는 자신만이 옳다는 위험한 생각을 버리고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여 완성도 높은 교육과정 운영으로 타시도를 넘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적인 대안학교 모델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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