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 본능
화음 본능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3.06.0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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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화음 본능? 아마 처음 들어본 말일 것이다. `화음'이란 개념에 대해서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이 없을 듯하다. `화음'이란 2개 이상의 음이 동시에 소리 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보통 두세 개의 음이 동시에 울려 듣기 좋은 소리의 어울림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화음 본능'이란 어떠한 멜로디에 대해 3도 위의 음으로 화음을 넣어 노래하려고 하는 본능을 말하는 데 원래 있는 용어는 아니다. 보통 오랜 합창 경험이나 음악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약간의 버릇 같은 현상을 말한다.

나의 중학교 시절을 잠시 떠올려본다. 방과 후에 줄곧 혼자였던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리코더를 즐겨 연주하곤 했다. 그 시절 누나가 물려준 소형 카세트는 리코더와 더불어 나의 소중한 장난감이었다. 거의 매일 클래식을 들었다. 그러던 중 리코더와 카세트를 가지고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의 화음 본능이 발동했다. 오늘날 결혼식에서 신부입장으로 쓰이는 익숙한 음악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 결혼행진곡의 멜로디를 리코더로 연주하여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고 처음부터 재생하면서 동시에 리코더로 결혼행진곡의 알토를 연주했다. 리코더 2중주가 된 것이다.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개그우먼 김숙씨가 나와서 본인이 화음 본능이 있다고 했다. 어떠한 멜로디든 화음을 넣어서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 코러스의 여왕이라며 김효수씨를 소개했다. 이분은 어릴 때 합창단을 하면서 화음의 매력에 빠져 지금도 화음을 넣는 코러스 가수가 됐다고 한다. 김숙씨도 성가대에서 합창단을 하면서 화음 본능이 생겼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화음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화음이란 내가 내는 음과 다른 사람이 내는 음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게 울리는 음인데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 처음으로 나오는 부분 2부 합창에서 아이들은 다른 음이 나면 헷갈려서 귀를 막고 부르곤 한다. 화음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부분 2부 합창을 할 수 있다'라는 성취기준에 도달했을지 모르는 합창 수업은 그렇게 지나간다.

학교에서 합창단을 지도할 때의 일이다. 합창단을 조직하고 처음으로 소프라노와 알토를 나누어 2부 합창을 하는 시간, 나름 노래를 잘 부른다는 아이들이었는데 단순한 알토 음정을 완벽히 잡는 데 무려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어렵다고 했던 알토음 잡기가 한 번의 완벽한 경험을 이룬 후 그 다음 곡부터는 아주 쉽게 잡는다는 것이었다. 즉, 음정을 정확하게 냈을 때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후에는 화음의 구조와 원리 등이 경험으로 습득이 되고 어떠한 어려운 알토 음이 나와도 아주 쉽게 잡고 화음을 이루어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입학심사서류 심사에서 학창 시절 경험한 합주, 합창활동을 유리하게 적용해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합창단, 합주단 활동을 한 사람들이 사회성이나 멀티테스크 수행능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뛰어나다는 걸 증명한 논문도 많다.

화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내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화음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고 교육적 효과 및 사회적 요구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화음은 겹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도-미, 미-솔처럼.

화음을 꼭 느껴야 하는가? 라고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화음을 느껴보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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