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 투 헤븐, 잊혀질 권리
무브 투 헤븐, 잊혀질 권리
  • 최경숙 충북교육정보원 연구사
  • 승인 2023.05.3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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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최경숙 충북교육정보원 연구사
최경숙 충북교육정보원 연구사

 

2021년에 방영된 `무브 투 헤븐'은 죽은 사람들의 잔여물을 정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소중함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다룬 웹 드라마로 아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젊은 남성이 아버지와 함께 무브 투 헤븐 컴퍼니를 운영하고, 사망자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자신의 인간성과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주인공은 유품정리사로서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인간들의 연결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SNS가 생활화되고 온라인 상에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다는 뉴스를 계속 접하면서 이 드라마가 불현듯 떠올랐다.

떠나간 이들이 남긴 또 다른 유품, 인터넷 세계에서도 정리가 필요하다.

현대는 `온라인 시대'이며 `SNS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SNS에 올리는 게시물, 인터넷 뉴스 기사에 남기는 댓글, 쇼핑 기록까지 현대인들은 디지털 공간에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인터넷 공간은 이제 가상공간의 느낌보다는 현실의 연장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는 것만큼 관리하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잊혀질 권리는 개인의 권리와 정보의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도구로 사용된다.

`잊혀질 권리'는 2014년 유럽에서부터 등장한 개념으로 자신이 게시한 글에 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이라는 가이드라인이 도입되었고, 디지털 장의사 전문 업체가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신이 올린 1차(최초) 게시물에 관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기 쉽지만, 타인에 의해 재가공 되거나 여러 차례 공유된 게시물에 대해서는 권리 행사가 어렵다고 한다.

제3자가 올린 게시물을 지우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을 인정받아야만 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고인의 기록을 정리해주는 역할보다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디지털 평판 관리에 힘쓰는 측면이 많다.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알아야만 하는 정보까지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통해서 일방적인 삭제가 가능하게 된다면 `알 권리'와 더불어 사회적 감시 기능이 손실된다는 우려도 있다.

디지털 장의사 측에서 자율적으로 의뢰인의 요청을 접수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범죄에 가담하는 등 악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에 경종을 울렸던 N번방이 정체를 드러내고 나서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증거 인멸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의뢰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시대 흐름에 맞게 잊혀질 권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사업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니만큼 단순히 게시글을 삭제하는 차원이 아닌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 의식을 가지고 한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지켜주는 일을 해야 하는 올바른 직업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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