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정 서두르기 보다는
집시법 개정 서두르기 보다는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5.30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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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집회와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급히 법률 개정 마련에 나섰다.

이는 최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인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노숙 집회'가 서울 도심부 교통에 혼란을 야기한 데다 야간 집단 노숙 과정 중 술판을 벌인 것이 도화선으로 작용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불법적 노숙 집회는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시위에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며 “현 정부는 어떤 불법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도 “문재인표 시위 대응은 이제 버릴 때”라며 “국민의 일상을 해치는 불법·탈법 시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법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곧바로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할 경우 이를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동시에 출퇴근 시간대 도심 도로에서 여는 집회·시위를 막는 방안과 0시~오전 6시 집회를 제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추진도 가시화했다. 사실상 신고제인 집회·시위를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법률 개정 추진 목적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며“이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력히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법원도 `불법 집회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이 불법 시위 전력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을 때 주의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우리 헌법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적시하고 있고 2항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집회를 계획 중인 단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명시하고 있는 `사전신고제'를 통해 집회를 추진해 왔다.

다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5조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소음의 최고 기준을 한 시간 동안 세 차례 넘기거나 10분 동안 평균 기준 이상을 초과하면 단속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매번 연설을 할 때마다 `자유'를 강조해 왔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무려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외쳤다.

집회는 특정 의제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결사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여 의사 표시를 하는 행위다. 즉 집회는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 된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와 여당이 시도하려는 집회 관련 법률 개정은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고 갈망하는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될 수 있고 위헌 소지에도 휘말릴 수 있다. 자칫 집회 자유를 원천봉쇄했다가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를 짓밟고 훼손했던 과거 전두환 5공화국으로 회귀하는 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집회에 폭력을 동반하거나 신고사항을 지키지 않는 등 불법 행위에 엄정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불법 집회에 엄정 대처할 때는 그 방법이 탄압이 돼서는 안된다.

정부와 여당이 법률 개정을 서두르기 보다는 법을 어길 시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더욱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작금의 혼란 정국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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