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불길하다
왠지 불길하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5.2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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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우리 정부의 시찰단이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친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검증 작업에 돌입했다.

시찰단은 시찰 첫날인 23일 오염수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는 설비(ALPS)와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에 통과하는 `K4 탱크'의 상태를 확인하는 활동을 했다. 24일에는 화학 분석동에서 장비와 오염수 농도 분석 결과 등을 확인하고 25일에 현장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심층 기술 회의와 질의응답을 진행한 뒤 26일 귀국하게 된다.

문제는 5박 6일에 걸친 시찰단 활동 중 검증 작업기간은 단지 이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국내 여론은 시찰 실효성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난색으로 안전성 검토의 핵심인 오염수 시료를 별도로 채취하지 못한다는 점에서`검증'이 아닌 말 그대로 `시찰'에 그치는 요식행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부지에 모아 놓은 130만톤 정도의 오염수를 다핵중 제거 장비로 정화한 뒤 10m 깊이 바닷속에 1㎞ 정도 길이로 뚫어 놓은 터널을 통해 올여름부터 앞으로 30~40년간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이번 시찰단에는 `과학에 기초한 객관적 검증'을 천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리 민간 전문가들이 제외됐고 그나마 명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류 시설들이 아직 완공이 안됐다는 이유를 들어 우리 시찰단에게 시설 공개까지 꺼리고 있다.

그래서 이번 시찰은 현장 점검, 현장 시찰보다는 처리 과정을 설명 듣는 수준 정도에 머물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를 놓고 야당은 “시료 채취도 없고 시찰단 명단도 없고 언론 검증도 없는 3무(無) 깜깜이 시찰”이라며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어느 곳에서도 읽을 수 없다”고 연일 비난 공세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여당은 “개별 국가가 시료를 채취해서 검증하는 나라는 없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시료 채취 검증 프로그램에 한국도 합류해서 시료를 분석, 검증하고 있다”며“야당은 뇌 송송 구멍 탁 수준의 괴담으로 국민들에게 공포만 자아내고 있다”고 역공세를 펴고 있다.

어찌됐든 다음 달 있을 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올 여지가 다분하다. 앞서 IAEA는 일본이 검사 대상 핵종의 수를 64개에서 30개로 대폭 줄였을 때도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고 일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시기가 적절한 것인지 아닌지가 묘연하게도 곧바로 실행에 옮겨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우리 정부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방문 중이고 윤석열 대통령도 기시다 일본 총리의 초청으로 G7정상회의에 참여했다가 귀국했다.

그래서인가 왠지 불길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시찰단 방문과 윤 대통령 G7정상회의 초청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오염수 해상 방류의 명분을 확실히 얻으려는 듯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나아가 우리 시찰단의 활동 결과와 윤 대통령의 G7정상회의 초청을 미끼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대한 압박수위까지 높이려는 교활함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 시찰은 어떤 식으로든 더더욱 오염수의 안전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돌아와야 한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 사안인 만큼 절대 일본의 홍보와 설명만 듣고 오는 일로 끝내서는 안된다. 윤 대통령의 G7정상회의 참여 역시도 기시다 총리가 꾸민 외교 전술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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