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연극계에 부는 바람
충북 연극계에 부는 바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5.22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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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연극계가 모처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도립극단에 대한 연극인들의 오랜 염원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공공 예술기관의 설립 가능성도 한층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주시가 원도심활성화를 위해 공연장과 전시장 조성에 7개 단체를 지원하면서 연극의 성지인 대학로를 마케팅 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공연장은 100석 미만의 규모이지만 시설비 지원과 3년간 공연비를 지원해 원도심을 연극과 전시 중심의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무대를 오래 지켜온 지역 연극인들에게는 도립극단 설립도 소공연장 운영 지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록 365일 공연이 열리는 청주는 아닐지라도 공연이나 무대에 갈증을 느꼈던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누릴 기회다. 실제 극단 청사가 지난 20일 소공연장 개관과 함께 개관 첫 연극을 무대에 올렸고, 다른 예술단체들 역시 공연장 개관을 예고하고 있어 연극계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와 충북문화재단이 가칭 충북실험극단의 설립방향과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충북문화재단에서 개최한 `(가칭)충북실험극단 설립필요성과 운영방향 토론회'는 논의의 시작이란 점에서 기본적인 설립 방안을 피력하는 자리였다. 도는 극단 설립 계획만 발표하고 이야기 장을 마련한 상황이라 연극계조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없는 운동장을 특정하게 분할하고, 건축물을 세우고, 이를 활용해 지역의 이슈가 되는 문화현장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야말로 충북도 문화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날 토론회의 주요 논의를 보면 조만수 충북대교수는 극단의 이름보다는 극장의 이름으로의 충북도립극단 설립을 제안했다. 연극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아닌 연극과 무용, 다원 등 장르 간 경계가 없는 새로운 형식의 극장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젊은 배우 부족과 새로운 집단의 대두가 부족한 점, 그리고 젊은 예술가들에게 생태계가 제공되지 않는 충북 연극계의 현주소를 꼽았다.

윤한솔 상임연출가는 충북실험극단의 설립보다는 충북극장을 통한 충북 연극예술가들과의 협업, 발전을 고민하는 데 힘을 실었다. 프로그래밍이 상설화될 때, 많은 지역 단체들이 성장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그들이 공연하기를 희망하는 극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지역의 현장 예술인들은 충북도립극단의 설립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튼튼한 토대 구축, 지역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충북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충북도립극단 설립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대두한 것은 충북의 공연·연극계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직업이 되고, 누군가에겐 아르바이트가 되고,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이 되는 구조를 지역문화예술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충북실험극단 설립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달라진다. 공공기관은 기관대로, 지역예술단체는 단체대로, 극단은 극단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서로 눈높이가 다르고 운영방식에 이견이 생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역의 예술기관은 공공성과 지역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 따라서 충북실험극단 설립 논의도 지역문화예술이 도민의 일상에 스며들어 소소한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로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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