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
  • 이송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05.22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송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이송현 충북교육도서관 사서

 

합기도 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옆돌기를 연습하는 중이다. 초등학생 형은 손을 안 집고 도는데 자기는 못 한다기에 처음에는 두 손 짚기도 못 했는데 지금은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연습하면 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등 두드려 주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힘세니 어록'으로 통하는 힘세니툰 중 `학원과 세니'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합기도 학원에는 합기도를 배우러 다니는 게 아니거든! 내가 합기도 학원에서 합기도 기술을 딱 잘하게 되는 시간은 1% 정도거든. 나머지 99% 시간은 계속 못해. 나는 99%의 시간 동안을 잘 보내는 연습을 하러 학원에 다니는 것 같아~” 라는 내용을 보고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있다는 것에 우선 놀라고, 이렇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운 엄마의 삶이 궁금해졌다.

도서 `조금 다른 육아의 길을 걷는 중입니다'(서린·루리책방)의 저자는 이 책에 있는 이야기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먹이고 재우고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을 사랑하는 과정임을,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해가는 이야기임을 서두에 강력하게 깔고 시작한다.

아이를 먹이고 재워줘야 하는 힘든 `돌봄의 대상'에서 함께 삶을 나누는 `팀원'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사소한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알려주고 상의하기 시작하니 아이의 생각주머니가 자라기 시작했다며 완벽한 육아가 아니라 함께하는 육아에서 `생각의 힘'인 창의성이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의 역할은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 주고 선택할 수 있도록 끝까지 기다려 주며 아이의 선택을 응원해 주는 것, 그래서 사랑을 주는 것 이외의 나머지 일들은 부모의 소관이 아니며 모든 것은 그 사랑을 먹은 아이의 엔진이 스스로 돌아가며 `마음의 힘'인 자존감을 키우는 육아 사례를 말하고 있다.

마지막장에서 “괜찮아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라는 어떤 이의 위로에도 `괜찮긴 뭐가 괜찮냐며 내 인생이 이렇게 사그라들기만 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시기에서부터 그럼에도 육아라는 것이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고 풍요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시간이라 그 시간을 지내온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은 읽는 동안 나를 더 사랑하고 아이에게 더 많이 표현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말해줘서 위로가 되었고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응원하고 있으니 너무 겁먹지 않기로 하자는 말에 요즘 여섯 살 큰아이가 `무섭다'라는 말을 부쩍 자주 했던 것이 생각났다. 세상 무서운 것 없이 덤벼들던 아이라 낯설기도 하지만 이제 뭘 좀 아는 나이로 자라고 있나 싶기도 하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사자가 찾는 용기를 이미 가지고 있었듯이 아이가 지혜와 사랑, 그리고 용기를 발견할 때까지의 여정을 옆에서 같이 응원하며 걸어가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