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을 거닐다
낙원을 거닐다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3.05.21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아내와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장을 다녀왔다. 서문 매표소로 입장해 한국 정원부터 둘러보았다. 한국 정원은 작은 개울을 지나 수목원 속에 자리했다. 아담한 한옥이 정숙하다. 네모난 연못 중앙에 둥근 섬이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물과 바위 그리고 식물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다. 한국의 정원은 소박하고 우아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뤄 평화롭다. 조선 시대 정원문화의 정수를 느끼며 아내와 둘만의 집을 짓고 앞마당 정원을 거니는 상상을 해보았다.

상념도 잠시 폭포의 물소리에 바라보니 돌탑이 조성된 소망의 정원이다. 칠순에 무슨 큰 소망이 있게나마는 지금처럼 건강하게 아내와 무탈하였으면 한다.

소망과 꿈을 간직한 수많은 관람객이 꿈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꿈의 다리는 순천만 국가 정원 서편과 동편을 잇는 다리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설치미술품이다.

외벽은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유리타일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내벽은 세계 16개국 14만여 명의 어린이가 보내온 그림으로 빼곡하다. 그림 하나하나에는 어린이들의 꿈이 담겨 있다.

꿈의 다리를 건너자 국제정원의 메인 조형물인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각국의 정원들이 조성되어 있다. 양산백전을 소재로 한 중국 정원에 우리 고대사 자료나 중국의 고문헌 등에 등장하는 3발 솥인 청동정이 있다.

중국 정원 바로 옆에는 베르사유 궁전을 축소해 놓은 프랑스 정원이 있다. 평면 기하학적 무늬의 자수화단으로 수를 놓은 정원과 샤토풍 건물이 이색적이다.

한방체험센터를 지나자 독일 정원이다. 독일 정원은 포츠담에 있는 카를 푀르스터의 선큰 가든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야자수 나무의 거리 멕시코 정원을 지나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미국 정원 S자형 꽃길을 따라가니 풍차와 튤립이 랜드마크인 네덜란드 정원이다.

아내는 튤립의 아름다움에 네덜란드 정원을 둘러보고 있을 테니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오란다. 어찌 아내를 두고 나 홀로 다른 곳을 둘러볼 수 있겠는가. 아내와 네덜란드 정원에서 한참을 보냈다.

메타세쿼이어 가로수 길을 따라 걸으니 마가렛 꽃향기가 진동한다. 메디치가의 빌라 정원을 재현한 이탈리아 정원이다. 알람브라 궁전의 연못과 분수 등을 모델로 한 스페인 정원에서 유럽의 정취에 아내와 셀카 사진을 남겼다.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정원 안쪽 작은 건물에는 이스탄불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찰스 3세 국왕 정원으로 명명된 영국 정원에는 여러 겹의 꽃잎 겹겹이 핀 장미가 인상적이다. 고치현의 자연과 풍토를 재현하여 돌과 모래로 자연을 표현한 일본 정원과 코끼리 형상이 전시된 태국 정원까지 11개국 정원을 관람했다.

나라마다 특색 있는 전통양식과 멋스럽게 조성된 국가별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바위 정원과 600년 된 팽나무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꾸미지 않은 듯한 꾸며놓은 바위 정원에 우뚝한 팽나무가 정형화된 형태를 벗어나 자연스레 멋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관람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보는 것만이 아니었다. 일정에 쫓겨 박람회장의 4분의 1만 둘러보아 아쉬웠으나 외국에 가지 않고서 각국의 문화와 전통이 녹아든 멋진 정원을 둘러보는 특혜를 누렸다.

순천만 국가 정원은 오랜 시간 인간과 세월이 만든 지상의 낙원이다. 아내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낙원을 거닐다 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