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특권주의
정치권의 특권주의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5.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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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서울지역 대학에 다니는 지역학생들이 거주하는 충북학사의 식사차별 논란이 최근 핫뉴스다. 충북학사에서 열린 충북도 정책간담회가 끝난 후 김영환 충북지사와 일부 국회의원 등이 대학생 기숙사 식당에서 학생들의 한끼 식사비보다 10배가 넘는 비싼 특식을 제공받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비난여론이 들끓자 행사 주최측인 충북도는 학생들이 불편할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충북학사는 “사려 깊지 못한 행사 진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행사에 참여했지만 식사는 하지 않은 지역정치인들은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식사에 참여한 정치인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특권의식에 빠진 정치권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지역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역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청년실업 등 청년문제 해결을 외쳤던 정치권이 진정성이 있었다면 청년들 앞에서 보란 듯이 특권을 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주최측인 충북도가 지역정치인 예우 차원에서 그런 자리를 마련했더라도 시정시키고 바로 잡아야 했다. 그것이 지역국회의원들이 했어야 할 일이다.

충북학사는 지역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의 꿈이 자라는 곳이다. 충북학사 학생들 대부분은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다. 어렵사리 서울로 진학하기는 했지만 고물가와 높은 부동산값 때문에 월세조차 부담을 느끼는 지역 출신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지역출신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운영되는 곳이 충북학사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입사 경쟁률이 높다. 충북학사 경쟁률은 올해 3.4대 1이었다. 지난해에는 4대 1이 넘는 등 대학 들어가기만큼이나 치열하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입사에 성공하더라도 고향에서 부모님이 보내 주는 학비,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충북학사 입사에 실패한 학생들은 더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한다. 지방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전셋집은 엄두도 못 낸다. 월세방도 지방의 두 세배 가량 높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경우 더 저렴한 고시촌으로 가야 한다.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고시촌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간 학생들의 숙소가 된다. 상당수의 충북 출신 학생들이 이런 환경의 서울 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힘든 서울 생활을 혼자 이겨내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 지방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들이 서울에 기숙사를 운영하지만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국회의원들이 그런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다.

충북은 오랫동안 정치변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변방 이유로 약한 지역세를 들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치변방은 지역정치인 스스로 만든 것이다. 표를 얻은후 특권을 누리면서 지역발전은 보여주기식 수준에 그쳤다. 지역유권자들의 정치혐오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충북이 정치변방에서 벗어나려면 그런 구태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태하고 특권의식에 젖은 정치인은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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