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세계인을 향한 언어다
한글은 세계인을 향한 언어다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3.05.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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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언어도 국경을 넘어 글로벌화된 시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훈민정음)가 지구촌에서 가갸거겨…. 한다. 국적을 망라하고 국어란 개념마저 붕괴된 시대, 모국어와 외국어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가 도래되었다. 한글이 비단 한국인에게만 통용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국어, 한글이 한국어로 불리면서 한글은 세계인의 언어로 탈바꿈했다. 한국인의 정신과 사상이 깃든 고유의 언어, 한글이 세계인의 언어가 되면서 한국인의 정체성마저 앗아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K-문화가 21세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 한국어는 아주 매력적인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학생이나 비즈니스맨 등 특정인에게 한정되었던 한국어가 초중등생, 이주민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 여러 층의 사람이 배우고 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요즘은 학교뿐만 아니라 센터나 기관 등 국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글이 1989년 9월 8일 유네스코에서 `세종대왕 문해상'으로 제정할 정도로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란 뜻을 가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우리는 한글이라고 한다. 1443년에 세종대왕은 백성들의 문맹률을 낮추어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자 한글을 창제했다. 제자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자음과 모음이 음성?음운적으로 긴밀하고 체계적으로 형성되어서 그런지 요즘은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잘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한국인은 한국어를 학습하지 않아도 환경적 요인으로 의사소통을 잘한다. 반면 체계적으로 한국어 과정을 배운 외국인은 발음은 다소 어눌하더라도 본인의 의사를 문법적으로 잘 표현한다. 한글의 특징인 독창성과 과학성, 체계성, 효율성 등으로 인해 한글의 원리만 깨우치면 다른 나라 언어에 비해 쉽게 습득한다.

한국어 과정은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의 주제나 기능을 예측해서 듣고 말하기, 텍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예측해서 읽고 쓰기 활동이 이루어진다. 네 과정 안에 어휘와 문법이 포함되어 있다. 학습자에 따라 교육에 임하는 태도나 열정이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꿈을 안고 온 사람들이라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초급에서 고급과정까지 수업하면서 나는 학습자들의 자세나 태도를 주의 깊게 살핀다. 지난 학기 고급반을 수업하면서 느낀 바가 자못 크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필로 A4 용지 한 장 채우기를 힘들어한다. 고급반은 주로 문학이나 문화 등 세계적인 화젯거리를 논하는 문제가 빈번하다. 문제를 던져놓고 학습자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국적과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똑똑한 학생들은 600~700자를 거뜬히 써내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내용도 문제에 벗어나지 않고 체계적으로 잘 요약한 것을 보면 한국인의 우수성이 외국인에게 전달되어 그들의 뇌리에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근성을 보는 것 같아 살짝 갸우뚱했다.

자국의 정신과 사상이 함의된 모국어. 글말이든 입말이든 언어소통의 수단인 언어, 한국어가 다문화시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K-문화가 얼마나 지속 가능하느냐에 따라 한국을 사랑하는 팬덤도 달리할 것이다. 다문화시대를 맞아 생활 방식과 가족 구성원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매력과 한국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인의 정신과 사상이 깃든 한국어에 홍익인간의 정신을 접목해 세종대왕의 뜻을 깊이 새긴다면 한국인의 얼이 세계인을 이롭게 할 것이다. 이제 한국어는 비단 한국인을 위한 언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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