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의 무게
잡념의 무게
  •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 승인 2023.05.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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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이보게,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네” “글쎄, 생각이 많아서 그런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시나?”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마음이 뒤숭숭하고 몸마저 개운치 않다. 왠지 정신이 산만하고 무언가 잊어버린 느낌이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아서 두리번거리지만, 딱히 해야 할 일이 있지도 않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아 그게 무엇인가 생각해 보지만, 그리 다급한 일도 없다. 괜스레 자동차의 문은 잘 잠갔는지, 전기장판의 코드는 제대로 뽑아 놓았는지 걱정된다. 가끔 이렇게 쓸데없는 잡념으로 머릿속이 꽉 차곤 한다. 그럴 때면 몸과 머리가 묵직하고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한다.

잡념에도 무게가 있나 보다. 하기야 영혼에도 무게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모 의사가 사람이 죽는 순간 무게를 측정하였는데 21g 가벼워졌다고 한다. 비슷한 실험을 한 사람들의 결과도 대개 20g에서 30g 정도 가벼워졌다고 하니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형태가 없는 생각을 무게로 측정하는 것이 가당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평생을 살면서 머릿속에 저장한 기억이 고작 30g이 되지 않는다니 조금은 허탈하다.

그렇다면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잡념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 걸까? 어느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고, 30%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22%는 아주 사소한 일이고, 4%는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결국, 생각의 96%는 쓸데없는 것이고 4%만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대처할 수 있는 필요한 것이란다. 이렇게 계산하면 잡념의 무게는 영혼의 무게에 96%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잡념은 건강한 정신을 상하게 한다. 정작 필요한 생각을 할 여지를 점유한다. 일에 집중을 방해하기도 하고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정신력의 소모는 체력의 소모로 이어진다. 그래서 잡념에 시달리면 쉽게 피곤해지곤 한다. 키케로는 행복이란 마음이 평온한 상태라고 했다. 평온이란 마음에 동요가 없는 고요한 상태를 말한다. 어떻게 하면 잡념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얼마 전부터 명상을 배우고 있다. 명상은 호흡에 집중하여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잡념과 마주하고 그 실체를 꿰뚫어 봄으로써, 생각으로부터 놓아버리게 한다.

의자에 앉는다. 허리를 곧게 펴고 턱을 조금 목 쪽으로 당겨 머리가 정면을 향하게 한다.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고, 발은 바닥에 편안히 닿도록 한다.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한다. 코끝으로 호흡을 느끼며 들숨과 날숨의 횟수를 헤아린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호흡의 길고 짧음을 생각한다. 이어서 호흡의 전 과정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잡념은 멀어져 가고 정신이 맑아진다.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오면, 그때부터는 평온함을 유지해야 한다. 자신을 괴롭혔던 잡념이 무엇인지를 규명해 본다. 그리움일까, 아쉬움일까 아니면 욕망일까. 막연하고 애매한 많은 생각을 명확하게 대상화하는 것이다. 필요 없는 감정이나 잡념을 내가 아닌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것이 명료해지면 어떤 잡념이었는지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준다. 그리곤 마음에서 놓아버리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부단한 수련이 필요하리라.

농부가 잡초에 시달리듯 우리는 늘 잡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복잡한 사회구조와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혀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잡념은 피할 수 없는 적이다. 96%의 쓸데없는 생각을 어떻게 떨구어내고, 필요한 생각에 집중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숨 한번 크게 쉬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그래도 우리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 쉬어 보자. 쓸데없는 걱정일랑 다 날려버리자.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힘차게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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