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학원 450억원대 땅 `헐값 매각' 의혹
충청학원 450억원대 땅 `헐값 매각' 의혹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3.05.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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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 6가 노른자위 2필지 245억원에 매각
오경호 전 이사장 제기 … 12년전 감정평가액 수준
설문식 전 이사장 “2개 업체 감평 거친 정당 입찰”
서울 중구 을지6가 충청학원 법인 소유 9층 건물. /카카오맵 캡쳐.
서울 중구 을지6가 충청학원 법인 소유 9층 건물. /카카오맵 캡쳐.

 

신임 총장 임용을 놓고 학내 구성원들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충청학원(이사장 오경나)이 지난해 학교법인 재산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청학원의 오경호 전 이사장(고 오범수 설립자 장남)은 설문식 전 이사장 재직 시기인 지난해 2월 시가 450억원대 학교법인 재산(토지)을 245억원에 헐값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헐값 매각 논란이 된 땅은 서울시 중구 을지로 6가 18-131번지 334㎡ 중 공유지분 32㎡를 제외한 302㎡와 18-133번지 520㎡를 합쳐 2필지 823㎡(약 250평)다.

충청학원은 지난 2021년 11월 4일 이사회를 열고 2필지 823㎡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이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 1월 24일과 28일 추가공고를 냈다. 2월 4일 최저가 245억원에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열흘 뒤 열린 입찰에서 2필지 땅은 최저가 245억원에 낙찰됐다.

이 땅을 낙찰받은 곳은 같은 땅에 마치 알박기(?)처럼 32㎡ 땅과 9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K업체였다.

㈜K업체는 이날 입찰에 단독참여했고 입찰 개시와 곧바로 낙찰됐다. 하지만 245억원의 매각 가격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두 필지 토지의 매각 가격이 12년 전 공매 당시 감정평가액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땅은 지난 2010년에도 공매에 넘겨졌다.

당시 오경호 이사장이 이 땅의 재개발을 추진하려다 시행사의 농간으로 사업에 실패하면서 이 2필지 땅이 신탁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때 신탁 공매에서 평가된 토지 감정가액(제일감정평가법인)이 바로 245억원이었다.

결국 2022년 매각된 땅값이 12년 전 평가액 수준으로 책정돼 매각된 셈이다.

헐값 매각 시비를 사는 이유다. 오 전 이사장이 헐값 매각을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2필지 땅을 245억원에 매입한 ㈜K업체는 이미 지난 2015년에 같은 땅에 포함된 32㎡(10평)의 땅을 공매로 사들였다.

당시 32㎡ 공매의 감정가액은 8억6000만원. 1㎡당 2700만원 꼴로 이를 전체 2필지 면적 823㎡로 환산하면 222억원의 감정가 추정액이 나온다.

7년 뒤 공매로 매각된 땅값 245억원과 대동소이하다.

오 전 이사장은 2필지 토지를 매각한 2022년 2월 21일 ㈜태평양감정평가법인 경기지사에 의뢰해 조사한 `자문감정평가(탁상평가)' 결과 2필지의 감정가는 330억원으로 평가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또 2필지를 245억원에 낙찰받은 ㈜K업체에 260억원대 금융대출을 해주기 위해 국민은행이 자체 조사한 감정평가액도 350억원으로 추정됐다며 충청학원의 헐값 재산 매각을 강조했다.

오 전 이사장은 “어떻게 같은 땅을 10여년 전 감정가 수준으로 매각하는 게 이해되냐”며 “어떤 의도성이 없고서는 이렇게 학교법인 재산을 매각할 수 없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을지로 6가는 초역세권으로 향후 지속적인 부동산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곳”이라며 “실거래가 450억원이 넘는 땅을 245억원에 판 것은 누가 봐도 적절하지 못한 매각”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설문식 전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과 교육부 허가절차를 거친 정당한 입찰 매각”이라며 “ 감정평가법인 2곳의 공정한 감정을 받아 그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각한 것”이라고 헐값 매각 주장을 일축했다.

또 “매각토지 중 일부 32㎡의 땅과 9층 건물이 제3자 소유로 돼 있는 등 복잡한 재산구조가 땅 가치의 허물이 돼 감정평가상 감점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오영근기자

 

■ 충청학원 ‘서울 땅’은? 

서울시 중구 을지로 6가 18-131번지(334㎡)와 18-133번지(520㎡)를 합친 854㎡(약 260평)의 토지로 지난 1983년 충청학원 설립자(故 오범수)가 충청대학을 설립하며 기증한 학교법인 재산이다. 주변에 국립중앙의료원이 위치한 서울 한복판 대로변 요지로 이곳에는 1960년대 지어진 9층 빌딩이 들어서 있다.

설립자의 장남인 오경호 전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이 땅을 재개발하려다 시행사 농간에 말려 사업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오 전 이사장은 구속돼 형사처벌을 받았고 2필지 토지는 신탁회사에 의해 공매에 넘겨졌다. 나중에 오 전 이사장의 옥중 소송으로 2필지를 학교법인 재산으로 되찾긴했지만 이 과정에서 18-131번지의 일부인 32㎡와 9층 건물은 지난 2015년 공매를 통해 27억원에 ㈜K업체 소유로 넘어갔다.

현재 충청학원 법인재산 2필지 중 32㎡땅과 9층 건물이 `알박기' 형태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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