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진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진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5.1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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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간호법 제정 논란으로 의료계와 정치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법이다.

간호협회 측은 70년 이상 유지된 현행 의료법이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경제 수준 향상으로 달라진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간호법 제정을 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간호계는 건강의 패러다임이 병원, 치료 중심에서 지역, 예방·관리로 바뀌고 있고 간호 서비스 영역도 노인요양원·보건소·학교·사업장 등으로 확대됨에 따라 간호사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이 새롭게 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협회 측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일원화된 국내 보건의료 체계를 흔들어 다른 의료 인력과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의협은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 수직적 업무 관계를 전제로 하는 현행 의료법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보건의료 시스템의 안정과 국민 건강권 보장에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OECD 국가 중 일본, 오스트리아, 캐나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칼, 터키 등 11개 국가가 독립적인 간호법을 갖고 있다.

또 유럽연합 의회에서 제정한 통합 간호지침을 준수하는 26개 국가도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도 간호법을 제정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대비 간호사 수는 OECD 평균 절반 이하인데다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는 아직 별도의 간호법이 없는 실정이다.

의사들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들이 의원을 개업해서 의사 흉내를 낼 것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처럼 충분한 의료지식과 경험이 없는 간호사들이 진단을 내리고 처방하는 의료 행위가 과연 가능할까 싶다. 국민적 상식으로도 언감생심(焉敢生心) 지나친 우려로 보여진다.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간호법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별도의 간호법 제정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간호법이 왜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정립해서 국민들과 공감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보여주고 있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환상 콤비는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의료계의 모습일지 모른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 의사들은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진료 거부 단체행동을 했었다. 그때 간호사들은 의사들 없이 험난한 현장을 지켜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사들이 코로나와 여전히 혈투를 벌이고 있던 대선 당시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결과적으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의사들과 여당 편을 들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 단체행동에 나섰다.

간호법은 의료계나 정치권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민생법안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법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의료계와 정치권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는 왠지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진다.

의사나 간호사나 정치인들에게 간호법 제정 문제가 그리도 사회적·정치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난제라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방영되는 SBS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시청하면서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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