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80% “내세엔 다른 직업”
교사 80% “내세엔 다른 직업”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5.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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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우리나라에서 스승의날이 생긴 때는 꼭 60년 전인 1963년부터다. 충남 논산의 강경여고(현재의 강경고교) 적십자 단원인 학생들이 그해 5월 8일 세계적십자의 날을 맞아 퇴직한 선생님들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위문한 것이 효시가 됐다. 그러자 이듬해 청소년적십자중앙학생협의회가 5월 8일이 어머니의날(당시 명칭)과 겹치는 것을 고려해 5월 26일을 스승의날로 지정했으며 1965년부터 교육부와 각급 학교, 교직 단체들이 5월 15일을 공식 스승의날로 지정해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5월 15일이 스승의날이 된 이유는 이날이 세종대왕의 탄신일(1397년 음력 4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처럼 존경 받는 스승이 되고 그런 스승을 본받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 취지는 시행되자마자 그 취지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1963년 처음 스승들을 찾았던 학생들의 순수한 뜻과 달리 2000년대 초반까지 무려 40여년 동안 스승의날은 교사들의 공식적인 `촌지 창구' 역할을 했다. 스승의날이면 매년 교실의 교탁이나 학교 교무실에 수십개에 달하는 선물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런 행태에 대해 뭐라고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스승의날에 담임교사에게 선물을 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염치를 모르는', 그래서 부끄러워해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런 폐단 때문에 박정희 정권 시절 박 대통령은 서정쇄신을 명분으로 스승의날을 1973년에 폐지하기도 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이 부활시킨 스승의날은 자정운동이 본격화 하기 전인 2000년대 초까지 여전히 순기능보다 폐단이 더 많았다. 이후 교단에서 자정운동이 시작되면서 촌지 관행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스승의날 교탁 위 촌지는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42회째를 맞는 스승의날을 앞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4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열흘간 전국 6751명의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을 대상으로 했는데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에 그쳤다. 2006년 이후 최저치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엔 2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5명 중 4명은 교사 직업을 후회하고 있는 셈이다. 이 문항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학교에서 교권이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엔 10명 중 7명(69.7%)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시절과 6·25 한국전쟁 등 고난의 시절을 겪으면서도 한국이 오늘날 OECD 회원국에 진입하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데에는 교육열을 빼놓을 수 없다. 1%를 밑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이 증거라 할 수 있다.

먹고 입는 것은 잘 챙기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자식들은 제대로 교육을 시켜 가난하게는 살게 하지말자는 부모들의 의지와 제자들을 바르게 키운 교사들의 올바른 가르침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 교권이 흔들리고 있다. 현직 교사 5명 중 4명이 교사의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하고 있고 70%가 교권이 침해당하고 있음을 자괴하고 있다.

현역 교사의 80%가 학교를 떠나고 싶어하는 2023년 우리 교단의 현실. 대한민국이 스승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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