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지나간 거리
코로나가 지나간 거리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3.05.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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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언제부터인가 들리지 않았다 그 목소리들. 작은 거리를 시끌하게 만들었던 확성기에서 울려 퍼지는 행상들의 목소리. 싸우는 건지 흥정을 하는 것인지 소란스러울망정 그래도 그것이 사람이 사는 거리 같았다. 한때는 비록 작은 거리지만 촘촘히 박힌 작은 가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나란히 어깨에 기대어 어떤 날은 아옹다옹 어떤 날은 오순도순 이 거리를 쓰다듬으며 왁자지껄 먹잣길에 삶을 이어가며 살아갔다. 그런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점점 줄어들던 그 목소리들은 거리에서 더욱 희미하게 멀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상준은 우연히 옆 가게가 문이 닫힌 것을 발견하였다. 상준은 그날 하루 사정이 있어 잠시 문이 닫힌 줄만 여겼다. 그런데 다음날도 또 다음 날도 줄곧 문이 닫혀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상준은 그래도 이웃인데 궁금해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상준은 평소 옆 가게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가 껄끄러웠다. 어느 해인가 하수구 문제를 놓고 심하게 다툰 적도 있었고 언젠가는 처마 끝에 빗물 때문에 법을 놓고 운운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보면 상준에게 옆 가게는 관심 밖일 수도 있었지만 막상 문이 닫힌 옆 가게를 보면서 괜스레 궁금증이 더해져 갔다. 수소문 끝에 어떤 아줌마에게 옆 가게가 폐업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가 머무는 동안 이 집이 문을 닫자 저 집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행상들의 목소리도 그 거리를 찾던 발길도 끊어졌다. 다른 집들이 문을 닫았을 때에는 대수롭지 않게 느끼지 못하다가 옆집 이웃이 문을 닫게 된 것을 알게 되자 왠지 가슴 한구석이 멍 뚫린 것 같았다. 아마도 고운 정은 없었지마는 그렇게나마 미운 정이 어딘가에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그들은 차 한 잔 나누면 친할 법도 같지만 수 세월이 넘는 동안 그런 적이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서로가 무덤덤하게 등을 돌리고 살았던 것 같았다. 그렇다고 상준이와 그와의 마주침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물건을 전달하려고 방문한 적도 몇 번 있었고 그 집이 식당인 이유로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 우연찮게 들린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단 한마디도 주고받은 대화가 없었던 것 같았다. 비유하자면 그들은 마치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았다. 하지만 지금 상준에게 일어나는 문 닫힌 옆집 이웃에 대한 궁금증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곁에 있을 땐 이웃이란 존재를 무심코 지나치다가 문 닫힌 옆집의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텅 빈 그 자리가 너무나 크고 허전함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거리를 문을 닫게 한 이유가 코로나가 할퀴고 간 상흔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후로 거리에서 이웃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웃이란 존재는 누구인가 늘 곁에서 서로를 지켜보며 나란히 그 시대의 삶을 함께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웃에 대한 사랑은 당위성을 지니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 필요성에 서로가 이웃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론 이웃을 모르기도 하지만 만나고 헤어짐 또한 다반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서로가 이웃으로서 얼마나 친목하며 사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웃은 그 존재의 가치만으로도 누구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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