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까지 소환하는 수밖에
임진왜란까지 소환하는 수밖에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5.09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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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예상했던 대로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일본 총리는 과거사와 관련해 사과와 반성은 생략하고 단지 `마음 아픈 일'이라는 유감 표명만 했다. 이마저도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심정'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입장을 보여준 기시다 총리님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제3자 변제안 강제 징용 해법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입장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었다. 또 “과거사 정리가 안 되면 한·일간의 미래 협력이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조까지 덧붙여서 기시다 총리를 흡족하게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셔틀 외교 복원 △후쿠시마 오염수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화이트리스트 정상화·반도체 공급망 구축 등 경제 협력 강화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외교는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전범 기업이 배상 △독도는 명백한 한국 영토 주장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시정 △일제 침략 만행 인정 및 사과 촉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난 일본 방문 때 국민을 실망시켰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서도 반대 입장 표명은 건너뛰고 전문가 시찰단을 파견하는 것을 합의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누가 시찰단으로 일본 후쿠시마에 갔다 올지는 몰라도 시찰 결과에 따라 일본은 한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염수를 방류할 수 있고 후쿠시마산 수산물도 마음껏 수출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역사를 내다 판 대통령'이라는 비판 논평을 냈다.

이재명 대표는 “한일 관계 정상화는 필요하고 찬성하지만 우리의 국익과 국격, 역사 정의를 재물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도 “역사 왜곡과 책임 부정으로 일관하는 기시다 정권에 거듭 면죄부를 주는 굴종 외교의 자리였다”고 비난했고 일부 환경단체 역시 “오염수 방류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하자 이를 갈았다. 도요토미는 임진왜란 화의(휴전협정)가 깨지자 정유재란을 다시 일으켜 움직이는 건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모조리 죽이고 코를 베어서 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때 당시 조선인 희생자 12만6000여 명의 코가 묻힌 무덤이 일본 교토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수백 년 전부터 일본이라는 나라에 짓밟혔고 끝내 나라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가 안 되면 한·일간 미래 협력이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우리 민족을 억압하고 말살했던 35년간의 뼈저린 역사마저 국민의 뇌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

일본에게 억압당했던 35년간의 역사가 너무 짧아서일까! 그렇다면 43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임진왜란, 정유재란까지 소환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대통령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전범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 `독도는 명백한 한국 영토다', `교과서 역사 왜곡을 당장 시정하라', `침략 만행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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