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본이 불편하다
아직 일본이 불편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5.08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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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일본 기시다 총리가 이틀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출국했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답방이었다고 하지만 국민 다수는 가시다 총리의 방한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이는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양국 국민의 시선 차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대일 외교조치에 대해 일본 국민이 환영하는 반면 한국 국민은 반일감정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최근 들어 자국이 저지른 역사적 사실을 교과서에서 빼버리는가 하면, 독도 문제를 자국 영토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며 이슈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국회의원과 청년들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항의에 나섰고, 일본 기상청은 독도를 일본 영역으로 표기하는 등 우리 국민정서와 반하는 논조와 행동으로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오랜 강점의 역사 때문인 피해 국민의 반일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는 더 노골화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 기대에도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들이 묻힌 현충원에 기시다 총리와 함께 걸린 일장기의 모습은 국민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국민이 짓밟히고 희생된 역사를 과거에 벌어진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한국과 한국민의 상처가 너무 깊다. 외관상으로는 한일관계가 급속히 개선하는 듯 보이지만 한 꺼풀 걷어내고 그 관계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국민의 반일 감정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정상회담 대응 청년 학생들은 일본의 전쟁범죄 사죄 및 반성 촉구, 피해자에 대한 법정 배상, 한·일 정부의 역사인식 해결 등을 촉구했다. 또 서울 곳곳에선 기시다 방한 규탄대회를 열고 반일 감정을 드러냈다.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은 세대지만 나는 아직 일본이 불편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요소일 수도 있고, 집단적 피해자 콤플렉스라고 치부해도 어쩔 수 없다. 이 불편함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우리의 교육방식이 반일 DNA를 강화시킨 측면도 있지만 해소되지 않고, 극복되지 않는 국가 간의 역사가 관계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이 군국주의 역사를 정당화하면서 그동안 양국 역사 현안에서 보여준 태도는 체감도에서 진정성과 거리가 멀다. 지난 과거사로 돌리기엔 여전히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도 이유다.

일본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침략을 근대화란 이름으로 포장한 것일 뿐이다. 19세기~20세기 세계 강대국들이 약소국가들의 자원을 약탈해가면 그럴 듯하게 포장한 논리가 `근대화'다. 무차별적인 약탈로 약소국가의 문명은 파괴되었고,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경제 속국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일본이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인간의 흑역사'의 저자 톰 필립스는 근대화란 이름으로 자행된 세계 강대국들의 약탈을 두고 “강대국들이 없었다면 아프리카가 근대화되지 않았을까? 시간만 걸릴 뿐 천천히 평화롭게 근대화가 진행됐을 것이며 강대국의 침략으로 수많은 이들은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통찰했다.

그럼에도 불편한 역사는 청산이 답이다. 한국과 일본이 동등한 위치에서 역사화해의 장을 마련하고 국민의 정서를 보듬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로 밀어붙이기보다 대중적 문화교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다. 첨예한 갈등의 요인인 역사왜곡문제는 공동연구를 통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서로 신뢰를 쌓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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