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대면면회 가족들 `만감교차'
요양시설 대면면회 가족들 `만감교차'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5.07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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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버이날... 청주노인요양원을 가다
위드코로나 시대… 충북지역 3년 만에 재개
자식들 발길 잇따라 … 부모님과 행복한 시간
긴 면회시간 불구 헤어짐에 아쉬움의 눈물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첨부용.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시스

 

“둘째하고 막내. (내가) 그것도 모를까봐.”
지난 4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청주노인요양원.
지난해 5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대학병원 응급실과 재활병원 등을 거쳐 지난달 이곳에 자리를 잡은 최모(87)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요양원 화단에 걸터앉은 두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기가 누구인지'를 묻는 아들들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아들들은 백발의 어머니 앞에서 “아침 식사는 하셨느냐”며 불편한 데는 없는지 안부부터 살폈다.
“같이 생활하시는 어르신들과는 친하게 잘 지내는지” 등 아들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노모는 “잘 먹었지, 잘 있지”라고 짧게 답했다. 노모는 뇌출혈 후 대화를 못하고 질문에 간단한 답변만 하는 수준이다.
이후 세 모자는 두 요양원 화단과 산책로에 핀 봄꽃을 바라보며 `꽃이름이 무엇인지' 등을 묻는 등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아들 서모씨는 “여러 자식이 있지만 전문적인 케어가 필요해 이곳에 모실 수밖에 없었다”고 마음 한켠의 죄송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요양원 건물 앞 정자 밑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어머니 눈가의 눈곱을 떼어주고,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음료에 빨대를 꽂아 어머니의 입에 갖다댔다. 지난 1년 시원한 물 한잔 제대로 못드셨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였다. 
이제는 모자의 역할이 바뀐 셈이다.
나름 긴 면회시간을 가졌지만 서씨 형제는 노모를 쉽게 요양원 안으로 다시 들여보내지 못하고 뒤에서 휠체어를 밀며 요양원 주변을 맴돌았다.
아들들은 귀마저 어두운 노모의 귀에 “식사 잘 하시고 마음 편히 계시라”는 귓속말로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 면회를 기약했다.
서씨는 이날 “어머님이 얼굴을 알아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어버이날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이곳 어르신들에게 과일 몇 상자를 선물로 전달하고 발길을 돌렸다.
최 할머니는 이튿날 딸 내외의 면회까지 했다.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어진 5~7일까지 연휴기간 충북지역 노인병원과 요양시설 곳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면회하려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3년 만에 다시 면회가 일상화된 것이다.
먼걸음을 마다 않고 달려와 부모의 손을 잡은 자식들의 얼굴에선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시설에서도 위드코로나에 맞게 까다로웠던 면회 횟수와 인원 등의 제한을 완화하고 대면면회를 다시 운영한다.
이곳 청주요양원에는 현재 20여명의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8일 어버이날에는 입소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특식으로 삼계탕과 순대, 돼지고기 수육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청주노인요양원 하호 원장은 “노인요양시설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난 3년간 면회에 제약이 많았던 입소자 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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