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 시인의 노래
이생진 시인의 노래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3.05.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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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제2회 신선주(대표 박준미) 저잣거리 아트페어축제로 진행된 이생진 시인의 북 콘서트에 다녀왔다.

이생진 시인은 평소 술을 하지 않지만, 오늘은 신선주 한잔해야겠다며 관객에 양해를 구하고 술을 마신 후, 시인의 자작시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일부를 낭송했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

9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게 목소리에 활력이 넘치고 눈빛에 생기가 넘쳤다. 시는 허구가 아닌 사실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시인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전쟁의 괴로움과 역경을 시로 받아들였기에 즐겁단다.

시인의 건강 비결은 집안일도 손수 처리하고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먹는 것은 소식한단다. 하루 10,000보 이상 걸으며 걸을 때는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시를 읊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단다.

시인은 삶의 목적이 뚜렷하기에 고뇌가 없단다.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꾸고 괴로움을 타인에게 전하지 않는 마음을 갖으란다. 책을 많이 읽고 소감을 적는 습관을 길러 뇌세포가 죽지 않도록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기란다. 90이 넘어서니 인생의 맛을 알아 재미가 있단다. 살고 싶은 의욕도 더 생기고 뭔가 더 해보고 싶어 항상 화내지 않고 기쁘고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한단다.

시인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가 중요하고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과의 소통과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단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처럼 섬과 바다를 노래하고자 시인은 전국에 있는 섬 2,000여 곳을 다녔단다.

시인은 시를 쓰면 꼭 어머니에게 먼저 보여드렸단다. 어머니가 읽고 공감하고 감동하면 성공이라 생각했단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처음에는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단다. 어느 날 라디오 방송 전파를 타면서 전국의 시 낭송 애호가들이 애송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일반 독자들에게도 소문이 났단다.

95세의 시인은 장시간 힘차고 정정한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과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시인은 마무리 발언으로 초청해 주시어 감사하다며 한평생을 시와 함께 살아왔으니 앞으로 남은 세월도 열심히 시와 함께 살겠다고 했다.

이생진 시인은 192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시인은 그동안 38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시선집 3권, 시화집 4권, 산문집 2권을 펴냈다.

1978년에 발표한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바다와 섬과 사랑을 노래한 시로 널리 알려지면서 한국 시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1996년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2년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 시인상을 수상했다. 2009년 성산포 오정개 해안에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비 공원이 만들어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삶이 좋아 마이웨이를 애창한다는 이생진 시인을 닮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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