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행복할까
어린이들은 행복할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5.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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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행복이 별건가. 등 따듯하고 배부르면 행복하다고. 보릿고개를 지나온 부모 세대들이 단골처럼 했던 얘기다.

먹을 게 지천인 세상. 우리는 진정 행복할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먹고살기에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듯한 외모, 자신이 생각한 것의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지는 체력, 연설했을 때 절반 정도 박수를 받는 말솜씨 등 5가지를 꼽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먹고살고도 남을 재산을 모으려 안간힘을 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칭찬하고도 넘칠 만큼 뛰어난 외모를 갖기를 바라고 타인이 치켜세워줄 만큼의 명예와 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만큼의 강한 체력을 꿈꾼다. 물론 말솜씨가 뛰어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박수 쳐주길 원한다.

비록 남보다 부족하고 모자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일상에서 느끼는 만족감 그것이 플라톤이 말하는 행복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부족하면 가난한 것이고 뒤처지면 실패한 것으로 여기며 산다.

5일은 101주년 맞는 어린이날이다. 101년 전엔 어리다고 존중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어린이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없었다. 그렇다면 101년이 지난 지금 어린이들은 진정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1923년 만들어진 어린이 선언에는`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 보아 주시오'`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해 주시오'`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어린이를 책망하실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등이 포함돼 있다.

학교의 정규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한다. 학교 운동장이나 집 근처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돌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논다는 것은 사치가 됐다.

충남교육청이 101주년 맞는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교 2~6학년 학생 25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 친구들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같이 놀자'(40%)로 나타났다. 어린이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기(48.6%), 친구들과 뛰어놀기(14.5%)였다. 부모와 선생님께 가장 듣고 싶은 말 한마디는 `사랑해'(37.8%)로 집계됐다. 어린이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46.1%),`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19.1%)였다. 초등학교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기'(47.1%)라고 답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아이들은 놀고 싶어도 놀 시간이 없다. 학원에 가야 만나는 친구는 경쟁자일 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18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어린이 10명 중 4명(43.2%)은 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어린이 절반 이상인 55.8%는 학교에서 벌이는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유는 학원(과외)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10명 중 9명은 사교육을 하고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57.3%가 어른들 퇴근 시간과 비슷한 오후 6시 이후로 나타났다. 오후 8시 이후 집에 돌아간다는 답변도 16.4%로 집계됐다. 집에 돌아와도 어린이들의 1~2시간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 학습 노동에 지친 아이들. 친구와 놀거나 운동하는 게 꿈이다.

눈만 돌리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곳엔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의 놀 권리마저 이 사회가 빼앗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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