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의 경고
법무부 장관의 경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5.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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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 이상한 안내문이 등장했다.

`학원 주변에서 미확인된 음료, 간식을 주는 경우 받거나 마시지 말기 바랍니다.'

지난달 3일 대치동 학원가에 뿌려진 마약 성분이 함유된 음료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벌인 이 황당무계한 범죄 행각은 학부모 뿐만 아니라 온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중국인 등이 포함된 이들 일당은 우유에 필로폰을 섞어 이른바 `마약 음료'를 제조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 4명을 모집해 3일 오후 강남 학원가에서 시음을 권유하며 설문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학생 수십명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했다.

음료 1병당 필로폰 0.1g이 투입됐으며 이는 통상 필로폰 1회 투약량 0.03g의 3.3배에 달하는 위험 수치에 해당한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은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전화를 해 `마약을 했으니 신고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화들짝 놀란 학부모들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이들 일당 중 7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중국에서 범행을 진두지휘한 박모씨 등 일당 3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 수배 조치하고 현지 중국 공안당국과 국제 공조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마약 사범들과 공조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돈이 된다면 산 사람의 장기라도 꺼내서 팔겠다는 범죄 조직들의 악랄한 수법이 그대로 우리 사회에서 시도된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이를 미끼로 협박해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겠다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범행.

실제 이들 일당은 이번에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 6명의 부모에게 전화와 메신저로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요구한 사실이 경찰에 의해 밝혀졌다.

검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사범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과 무기징역 구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약 사범이 학원가 청소년 사이에서 급속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19세 이하 청소년 마약사범은 지난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304%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율이 30.2%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율은 무려 10배에 달한다. 일반 성인 마약 범죄 건수도 35% 이상 급증했다. 2017년 1만4123명에서 2022년 말 1만8395명으로 4272명 늘었다.

검찰이 마약 범죄 근절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대검 강력부 폐지가 이뤄지면서 검찰의 마약 수사에 제동이 걸렸었기 때문이다. 당시 문 정부는 검찰의 마약 수사 범위를 500만원 이상 밀수 사건과 해외 밀반입 사범으로 제한해 소액 점조직으로 이뤄지는 투약 사범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다행히 현 정부 들어 지난해 9월부터 수사 개시 범위가 마약 유통 범죄 일체로 확대되면서 지금의 검찰 수사 체계를 갖추게 됐다.

검찰이 마약 범죄의 근절을 위해 대검 강력부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 정권에서 축소된 강력부의 마약 범죄 수사권을 온전히 회복해 뿌리를 뽑겠다는 복안이다.

얼마전 “지금 (마약을) 막지 못하면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일갈이 뼈저리게 와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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