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과는 없다
완벽한 사과는 없다
  •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05.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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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음성교육도서관 사서

 

음성교육도서관은 3월 재개관 이후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로워진 시설을 감탄하며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2년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까지도 든다.

유독 눈에 띄는 건 도서관을 찾는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리모델링 전에는 열람실의 숨 막히는 정적 속에 학업을 위해 애쓰는 모습의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게임을 즐기며 때로는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다양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우리 도서관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도서관이 학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그들만의 문화를 공유하고 학업에 지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도서관이 학교 밖 또 다른 청소년들의 문화 공유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서관은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이고 그들의 건전한 문화 형성을 유도해야 할 의무가 한 가지 더 생긴 셈이다.

오늘은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김혜진 작가의 청소년 소설 `완벽한 사과는 없다'(뜨인들출판사· 2021)는 가해자를 극의 중심에 세우지 않고 있다. 방관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용서라는 주제로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용서를 구하는 과정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의 사과로 피해자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또한 피해자가 용서를 한다 한들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들은 지워질 수 없을 것이다. 피해자 마음의 상처는 오랜 인고의 시간 끝에 다른 행복한 기억들로 억지로 덧칠해질 뿐일 수도 있다.

`용서는 약속이 아니다. 결과가 아니다. 기나긴 과정이다. 우리는 그 긴 과정의 문턱을 겨우 넘었을 뿐이다.'(160p)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기존의 작품처럼 가해자와 피해자의 용서의 과정을 그린 것이 아닌 방관자와 피해자와의 용서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학교폭력을 방관하고 있는 주체는 가해자만큼이나 큰 아픔을 피해자에게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다.

폭력은 특정 장소 특정 주체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들에게 학교폭력은 회복하거나 힘쓸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이자 아픔이다. 이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을 연대하며 통감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우리 모두는 방관자일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청소년들과의 소통을 통해 도서관의 청소년 문화공간을 운영해나가 야 할 나부터 반성하며 방관자가 아닌 조력자가 되어 그들의 새로운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도록 노력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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