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초선과 남는 초선
떠나는 초선과 남는 초선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4.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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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여야를 통틀어 최연소이자 초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얼마 전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소방관 출신으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청년 인재로 영입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동료 초선의원들과 함께 민주당의 패인으로 `조국 사태' 등을 거론하는 반성문을 냈다가 호된 시련을 겪었다. 당의 강성 지지층에 의해 `초선5적'으로 낙인찍혀 어마무시한 비난과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건축물에 가연성 자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의정활동에도 열정적이었다. 해서 당 안팎에서는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그는 “배지를 달며 4년 뒤에는 소방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한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에 대한 환멸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정치판에서는 상대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는다”고 했다. “상대를 무너뜨리고 악마화하는 데 앞장서야 스타 정치인이 되는 문화 탓에 이에 편승하려는 의원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초선 5적' 중 한명이 장경태 최고위원이다. 그는 지난 2021년 30대 나이에 당 혁신위원장에 발탁될 정도로 당내 신뢰가 두터웠다. 최고위원에 오르며 자타공인 당의 미래를 밝혀줄 기대주로 꼽혔으나 최근 들어서는 당내에서조차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오영환 의원이 `상대를 무너뜨리고 악마화하는 데 앞장서야 스타 정치인이 되는 우리 정치판의 퇴행적 문화'와 `그에 편승한 의원'을 비판한 대목에서 문득 생각난 인물이 장 의원이었다.

장 의원은 지난 26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환영 행사에서 화동의 볼에 입을 맞춘 것을 두고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넷플릭스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할 때냐”며 자다일어나 봉창을 두드린 양이원영 의원(역시 초선이다)은 헛웃음이나마 짓게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행사장에서 아동을 성추행했다는 황당한 주장은 수치심을 안겼다. 장 의원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심장병 아동과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빈곤 포르노'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제시한 근거는 미흡했다.

장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을 건드렸다가 초선5적으로 지목돼 혼줄이 나자 곧바로 입장을 바꿨다. “개인적으로는 조 전 장관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조국의 고초에 지지를 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동료 의원들과 낸 공동입장문에서 “재보선 참패의 원인은 결코 바깥에 있지 않다”며 당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했던 그는 이제 강성 지지자들의 환호만 들리는 집안의 무대에서 독무를 추고있다. 함성에 묻혀 당이 무너지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그곳에서 말이다.

5적에 포함됐던 다른 초선들은 어땠을까? 이소영 의원은 지난해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이 변칙 탈당을 강행하자 “법의 빈틈을 노려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서도 지도부가 자체 조사를 포기하자 “한가해 보인다”며 “공정한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만들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철민 의원은 지난해 당이 언론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반대 목소리를 냈다가 `언론10적' 명단에도 올랐다. 당 안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이들이 공천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소리가 파다하다.

오영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전해들은 민주당 한 중진의원이 “남아야 할 사람은 떠나고, 가야 할 사람은 남는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장경태 의원이 새겨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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