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해충의 역습
병·해충의 역습
  •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 승인 2023.04.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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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예년 같으면 두릅나무밭 정리에 여념이 없을 때인데 올해는 감나무 아래 낙엽 태우는 일에 한참이다. 감 수확을 제대로 못 한지 벌써 3~4년이 되었다.

예전에는 농약 한 번 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지가 찢어지도록 많이 달렸던 감나무다. 그러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방제약을 하고 수확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효과가 없다. 4번 이상해야 된단다. 그래서 작년에 5번 약을 살포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수확 열흘 전쯤 하나 둘 빠지더니 감나무 한 나무에 한두 개 남기고 전부 쏟아져 버렸다. 이게 웬 날 벼락? 그래도 사과나무 과수원이나 그 주변에 심은 감나무는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 그런데 우리 것은 왜?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인 것을. 우선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을 너무 몰랐던 탓이었을까?

우선 감의 낙과 시기와 원인을 알아보자. 1차 낙과는 6월 초 수정 불량으로 발생한다. 이는 수분수를 심어 해결하면 된다. 6월 말에서 9월 초에 나타나는 2차, 3차 낙과는 영양 불균형이나 과습 등으로 발생해 퇴비를 사용하거나 배수 처리를 하면 된다. 4차 낙과도 수세가 약한 경우 발생하기도 하므로 나무를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다 잘 갖춰주어도 이병을 막지 못하면 감 수확은 포기해야 된다. 바로 감꼭지나방과 둥근무늬낙엽병이다. 그중에 주범은 둥근무늬낙엽병이다.

이 병은 자낭균에 의해 발생하는데 균사와 자낭각의 형태로 월동한다. 즉 병든 잎에서 버섯균사나 자실체처럼 월동한다. 그리고 다음해 적당한 수분이 공급되면 많은 자낭각이나 포자를 날려 감나무잎의 기공으로 감염된다. 일단 감염되면 60~100일의 잠복기를 거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9월쯤에 병을 일으키게 된다.

방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확 직전에 거의 동시에 비 오듯 하루 이틀 사이에 모든 감이 떨어지고 마는 무서운 병이다. 수확을 눈앞에 두고 떨어진 감을 쳐다보는 농부의 마음은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다.

이제 대략 적을 알았느니 어떻게 대비를 할까? 우선 이 병원균이 숨어 있는 낙엽을 모아 불태우는 것이다. 며칠 동안 열심히 낙엽을 긁어모아 드럼통에 넣고 태웠다. 그다음엔 적절한 살균제를 고르는 일. 병원균을 알았으니 농약방에 가면 쉽게 해결될 일. 그런데 그 약이 사과 과수원에서도 많이 사용된다고 하니 사과과수원에서 감이 많이 달리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그다음은 방제 적기는? 이 둥근무늬낙엽의 병원균은 비를 맞아 자낭각과 포자를 형성하는데 기온이 25℃가 적기라고 한다. 그러면 기온이 25℃가 되고 비가 온 다음 날이 농약 살포의 적기이다. 올해는 제발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할 텐데.

이 병은 우리나라에는 1981년부터 발생했다는데 이제사 그놈의 정체를 알아내다니. 그런데 이놈은 어디서 생겨 어떻게 감나무에 붙어살게 되었을까? 예전에 없던 새로운 병해충들이 너무 많다. 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 돌발해충, 막대한 피해를 준 과수화상병 등.

기후변화, 환경변화에 의해 또 어떤 예상치 못한 각종 병해충이 우리를 어떻게 공격할까? 인간이 만든 환경변화에 대한 병충해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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