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구가 되지 않기를
글로벌 호구가 되지 않기를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4.25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서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지원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응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전쟁 불개입과 살상무기 지원을 금지한 대외무역법 제26조를 어겨가면서까지 한국산 155㎜ 포탄 50만발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 전장에 가장 수요가 많은 155㎜ 포탄 100만발을 지원하면서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다. 이 같은 실정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무기 지원 요청을 은밀하게 합의했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대가성이었는지는 몰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5박 7일간 일정으로 미국 국빈방문 초대를 받고 12년 만의 한·미 정상 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무기 지원에 대한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미국 방문길에 앞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예상대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발끈한 러시아 정부는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중국·대만 간의 긴장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발언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 정부 역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전래없이 강도 높은 비판으로 응수해 왔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조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역사적 숙명인 것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현실에서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반도 안보를 너무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 갑자기 한반도가 과거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은 분위기가 역력한 것도 맥이 같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핵 공유 명문화, 대북억제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해협 문제, 경제안보 협력, 글로벌 이슈 공조 등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윤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감내할 만큼의 국익을 선양하고 실리를 충분히 얻어올까는 진심으로 의문이다. 솔직히 국민적 공감대는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뇌관만 손에 쥐어 들고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크다.

실례로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적·국민적 자존심은 다 내팽개치고 대일 굴욕 외교를 자처한 전적이 있다. 그렇기에 국민들의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다만 미국이란 나라가 보조금 지원을 미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 놓고 영업비밀과 특허기술만 가로채려는 수작, 그리고 최근에 IRA법을 통과시키면서 유독 한국만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배제하는 등 뒤통수를 친 사실쯤은 윤 대통령이 충분히 알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테니 이번 한·미 정상회담만큼은 지난 굴욕적 한·일 정상회담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바라건대 제발 이번 미국 국빈방문에서 윤 대통령이 더 이상은 우리 대한민국을 글로벌 호구로 만들지 않는 정상외교를 펼쳐주길 염원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