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의 휴대폰
송영길의 휴대폰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4.24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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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우리 지금 떨고 있니.
내년 4·10 총선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군에 비상이 걸렸다.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벼르고 있는 이른바 이정근 발 돈봉투 사건 때문이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녹음 파일에서 실명이 거론된 현역 의원들은 모두 10여명.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지역 본부장, 지역 상황실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줄잡아 70여명이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모두 94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검찰 수사를 통해 수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래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이들에겐 정당법 50조(당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 유도죄)의 규정으로 죄의 경중에 따라 피선거권이 제한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 법조항은 정당의 대표자 또는 당직자로 선출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선거운동 관계자 등에게 금품과 향응,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 또는 제공 의사를 표시한 자와 제공 받은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뿌려진 돈봉투의 목적이 2021년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인 만큼 혐의 사실이 법정에서 밝혀진다면 주고받은 민주당 의원들이나 캠프 관계자들의 처벌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건의 중심 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4일 귀국했다. 그는 앞서 23일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탈당과 함께 상임고문 사퇴를 선언했다. JTBC 보도로 사건이 표면화한 지 열흘만이다. 하지만 회견에서의 언급을 보면 그의 입장이 사태를 주시 중인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져 보인다.
그는 “법률적 사실 여부에 대한 논쟁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저를 도와준 사람들을 괴롭히는 수많은 억측과 논란에 대해서도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당당하게 돌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가 귀국하면 검찰은 저와 함께 했던 사람들을 괴롭히지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억측이며 검찰에 의해 억울하게 의심을 받고 있으나 당당히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술 더 떠 그는 녹취록에서 돈을 끌어모은 인물로 확인된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 대해 “당시 현직 수자원공사 감사였기 때문에 전당대회 때 (송영길) 캠프에 참여할 신분과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육성까지 포함돼 이미 온국민의 안방에 TV로 생중계되듯 전해진 `2021년 송영길 민주당대표 만들기 금권 선거 녹취록'에 드러난 정황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검찰이 직접 증거인 당시 오고간 현금 돈봉투를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발로(發露)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이 돈봉투 스캔들의 정점에 송 전 대표가 자리하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송 전 대표가 스스로 언급한대로 정말 돈봉투와 전혀 무관하다면, 이런 제안을 하고싶다.
2021년에 전당 대회 당시 캠프에서 사용한 자신의 휴대폰을 모두 검찰에 직접 제출해달라고.
P.S. 이미 없앴다면 할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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