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전면 쇄신이 답이다
지도부 전면 쇄신이 답이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4.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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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민주당 당명 빼고는 다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 때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는 쇄신이 아닌 퇴행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당시 캠프 인사들이 현역 의원과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정황이 여럿 드러나 있다.

표를 몰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건네진 불법 정치자금일 공산이 높다. 후보가 당을 환골탈태하겠다고 당원들에게 공언하는 동안 캠프에서는 13년전인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돈봉투 살포 사건이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시 송 전 대표가 돈봉투를 만들고 조성하는 과정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녹음 파일에는 “송 있을 때 같이 얘기했는데…” 등 송 전 대표를 지칭하는 표현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돈을 마련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한 이정근 전 부총장과 송 전 대표 보좌관이 돈 전달 과정을 공유하는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상식적으로 보좌관이 의원 모르게 불법 돈봉투 조성에 간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그제 파리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탈당하고 상임고문 자리에서도 사퇴한다”고 하면서도 “돈 봉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이전 발언을 고수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 전 부총장의 개인 일탈로 당이나 검찰에 할 얘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서 녹취록이 유출된 시기를 들어 “외교참사 위기를 모면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술수”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서는 “제가 귀국하면 저와 함께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바로 저를 소환해달라”고 촉구했다. 작당한 사람들은 그냥 두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나만 불러 조사해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과연 민주당은 현 대표에 이어 직전 대표까지 `사법 리스크'에 갇혀버린 전례 없는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파리에서 송 전 대표가 보인 언행은 이 물음에 회의적 답을 달게한다.

탈당과 고문직 사퇴를 밝힌 그의 파리 인터뷰를 당내에서는 애당적 결단으로 평가하지만, 아래로 책임을 돌리고 검찰에 넋두리를 한 끝에 나온 최소한의 선택일 뿐이다.

녹취파일에서 드러난 구체적 언어들은 `야당탄압'이라는 추상적 언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정면돌파로 넘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당의 사과와 관련자 문책이나 탈당 따위로 끝낼 일도 아니다.

돈봉투 전달 대상으로 파일에 거명된 사람은 많지만 누가 실제 봉투를 수령했는 지 확인할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수사는 오래 갈 것이고, 민주당은 대장동과 더불어 돈봉투 리스크까지 안은 채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

이정근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은 3만개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녹음 내용을 추출한 파일은 5000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2만5000개에서 또 어떤 폭탄이 터질 지 모를 일이다.

지도부 전면 쇄신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은 이제 흘러간 구호가 됐다.

민주당이 부패로 망하는 집단을 보수에서 진보로 전환시킨 책임을 지는 방식은 지도부 총사퇴 이상이 돼야 한다. 당 안이 아니라 당 밖 민심과 상식에 부합하는 지도부를 발진시켜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결행하지 않으면 지금 제3지대에서 추진되는 신당에 치명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송 전 대표가 오늘 프랑스에서 귀국한다고 한다. 야당의 전·현 대표가 `야당탄압'과 `검찰횡포'를 합창하는 처량한 풍경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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