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경쟁하는 세상
로봇과 경쟁하는 세상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4.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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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젠 로봇과 경쟁하며 살줄 누가 알았겠는가.

로봇 청소기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신기해 했었는데 어느 순간 로봇에 밀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2016년 세계경제포럼 연차 총회에서 처음 언급한 4차산업혁명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 일상까지 바꿨다.

학생이 가야만 수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노트북 하나면 원격수업을 통해 거실이 교실이 되고 강의실이 됐다. 해외에 가서도 시공간 제약 없이 업무를 처리한다. 메타버스를 통해 직접 전시장을 가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젠 챗봇과 대화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그렇게 인간에게 윤택한 삶을 제공했다.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 5위인 우리나라는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기준 자동차 산업의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가 2867대로 전 세계 1위로 나타났다. 2위인 독일의 로봇 밀도는 1500대, 3위 미국은 1457대, 4위 일본은 1422대였다.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생산 라인에 투입된 로봇의 노동력으로 인간은 일자리 소멸을 걱정을 하면서도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리기도 한다.

이종관 교수는 보고서 `로봇과 일자리'에서 국내의 높은 로봇밀집도의 원인을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로 세계적으로 로봇의 증가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내의 빠른 고령화 속도가 로봇 사용을 촉진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09년도에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로 국내의 로봇 생산이 늘어났다. 이런 공급 확대가 국내 기업의 로봇운용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론적으로 로봇은 특정 직무를 대체함으로써 해당 직무와 연관된 일자리를 없앨 수 있지만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때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3월29일부터 4월2일까지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9%는 `지식노동자들의 업무가 AI로 상당수 대체되면서 직업적으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10개 직업군을 제시하고 대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번역가·통역사가 90.9%의 비율로 1위에 꼽혔다.

로봇바리스타가 등장했을 때 사람 바리스타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까 걱정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CEO는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이유는 반복적인 커피 만드는 일을 로봇이 하는 동안에 바리스타는 오히려 고객과 눈을 맞추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잘 경청하고 또 새로운 형태의 맛있는 음료 메뉴를 개발하는 것에 있다”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미국 매체 유어탱고에 따르면 희망없는 삶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여러 번 시도했던 뉴햄프셔주에 사는 여성 베카 조지는 스타벅스 한 직원이 테이크아웃 잔에 남긴 `Smile(웃어요)' 글자가 담긴 커피잔을 받은 이후로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는 인터뷰에서 “직원이 베푼 작은 친절 `웃어요' 한 단어가 매일매일의 삶을 바꿨다”며 “내 주문에 정성을 쏟을 의무는 없었지만 그 정성 덕분에 진짜 `미소'를 짓게 됐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이 도리어 인간의 설 자리를 위협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인공지능에겐 마음이 없으니. 꽃피는 봄날 설렘에 밤잠 설치고 아픈 사람을 보면 손 내밀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기계가 알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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